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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들 좋다 말았네… 풍년이라던 송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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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들 좋다 말았네… 풍년이라던 송이가 없다

입력
2017.09.2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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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초 반짝… 구경조차 힘들어

하루 100㎏이상 마을, 1㎏ 불과

25일 강원 양양선 120만 육박

송이축제 준비 지자체 전전긍긍

<지역별 전국 송이수매량(단위: ㎏)>

※자료: 산림조합중앙회

풍년을 기대했던 올해 송이생산이 최악의 흉작으로 치닫고 있다. 물량 부족으로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송이축제를 준비 중인 지자체는 물량확보가 어려워 ‘송이 없는 송이축제’가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송이버섯
송이버섯

산림조합중앙회에 따르면 송이공판장 낙찰가는 25일 현재 1등품이 최고 117만6,000원(양양)까지 치솟았다. 올해 첫 송이수매를 시작한 강원 인제산림조합에서 지난 4일 1등품 가격인 24만5,100의 5배 가까이나 된다.

강원도보다 수매가 1주일 가량 늦은 경북 지역 사정도 마찬가지다. 국내 최대 송이생산지인 경북 영덕군에서는 24일 1등품이 59만5,910원, 이달 말 송이축제를 열 예정인 봉화군과 울진군은 59만원, 61만1,00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 3배에 이르고,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

송이생산량이 급감하자 주산지 농민들도 걱정이 태산이다. 울진군 근남면 굴구지산촌마을 남중학 이장은 “송이생산량이야 해마다 들쭉날쭉하지만 보통 이맘때면 마을 전체적으로 하루 50~60㎏, 많은 해는 100㎏도 넘었는데 올해는 1㎏이 채 되지 않을 정도”라며 “벼농사 밭농사에 이어 송이는 주민들의 주수입원인데 걱정이 태산”이라고 한숨지었다. 10여일 전, 올해 송이가 풍년이라는 소문에 일반인들까지 송이채취대열에 가세하던 것과 전혀 딴판이다. 올라 오던 송이마저 말라 비틀어지고 있다는 게 송이채취꾼들의 전언이다.

무엇보다 송이축제가 1주일도 남지 않은 울진 봉화군에 비상이 걸렸다. 울진군은 29일부터 내달 1일까지 근남면 엑스포공원에서, 봉화군은 28일부터 4일간 봉화읍 체육공원과 송이산에서 울진금강송 송이축제와 봉화송이축제를 각각 열 예정이다. 이를 위해 송이 전시^판매와 먹거리장터 등을 운영할 부스 판매와 송이체험축제 참가자 모집을 마친 상태다.

하지만 송이 값이 폭등하고 무엇보다 물량이 적어 송이 없는 송이축제로 전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24일 공판물량은 울진 91㎏, 봉화 159㎏, 전국적으로도 2,512㎏에 불과하다. 추석선물 수요까지 감안하면 송이축제장에 쓸 송이를 확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봉화군 관계자는 “송이산 체험은 일단 정상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이번 주중에 비 예보가 있고, 축제기간엔 추석 선물용 택배수요가 없기 때문에 축제를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상 처음으로 상설 송이장터를 개장한 영덕군은 개점휴업상태다. 군은 지난 18일 영덕군민운동장과 영해면 7번국도변의 ‘사랑해요 영덕휴게소’에 송이장터를 개장했다. 29일부터 내달 1일까지는 추석대목장터까지 열 계획이다. 영덕이 전국 최대 송이주산지임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일반인들에게 소량이지만 중간유통마진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저렴하게 판매키로 했다. 하지만 물량이 없어 장터에선 등외품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특히 선물용 수요가 많은 1등품 비중이 24일 전국 수매량 2,512㎏ 중 83㎏(3.3%)에 불과할 정도로 적어 산지 수집상들을 애태우고 있다.

이처럼 송이가 귀해진 것은 이달 들어 고온건조한 날씨가 지속하는데다 지난해 송이 생산량이 많았던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구기상지청에 따르면 송이주산지에는 9월 들어 11일 이후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고 있다. 울진 영덕 봉화 문경 등 경북지역 송이주산지에는 8월 한 달간 200~350㎜의 비교적 많은 비가 내렸다. 강우일수도 일부 지역은 20일 이상에 달했다.

9월 들어 딴판이다. 지난 11일 40~60㎜가 내린 이후 비 구경을 못하고 있다. 낮 최고 기온도 송이 적정생육온도(25~26도)를 웃도는 27~28도인 날이 계속되고 있다. 이모(55)씨는 “지난 주말 고향인 봉화에 벌초 하러 갔는데, 먼지가 풀풀 날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송이 흉작은 예견된 일이었다고 말한다. 송이버섯은 하얀 곰팡이처럼 생긴 균사체가 송이원기(原基)로 성장한 뒤 땅속에 머무르다가 기상조건이 맞으면 일반적으로 말하는 송이버섯인 자실체로 성장한다. 그런데 송이원기는 기상조건과 무관하게 단위면적당 한정돼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경북도 산림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 송이생산량이 많아 송이원기가 크게 줄었고, 설사 올해 날씨가 좋았더라도 지난해엔 못 미칠 구조였다”고 말했다. 이달 초 송이생산이 순조로웠던 것은 8월에 서늘한 기온이 지속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송이생산량은 9월 강수량이 중요한데, 요즘 산에 가 보면 매우 건조한 편”이라며 “앞으로 날씨가 생산량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지난해처럼 많은 양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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