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설계 일화 소개
“공간의 본질 살려야 감동” 건축철학 강조
동아대 건축학과 석좌교수로 임명된 승효상(65ㆍ사진) 건축가가 특별강연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설계에 대한 일화와 자신의 건축철학을 털어놓아 호응을 얻었다.
동아대(총장 한석정)는 지난 22일 승학캠퍼스에서 교수와 재학생, 시민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승효상 석좌교수의 특별강연이 열렸다고 25일 밝혔다.
이날 승 교수는 고 노 전 대통령의 묘역 설계 일화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제도권 사람들과 유달리 다른 행보를 보였고, 어떤 경계 안에 머물지 않았던 사람”이라며 “높은 산에 무덤을 만드는 것은 고인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해 낮은 곳으로 위치를 정했다”고 말했다. 승 교수는 “고인이 돌아가신 다음 날 유족 요청으로 마을 전체를 꼼꼼히 답사해 장소를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종묘’를 참조해 평평하게 설계된 노 전 대통령의 묘소는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승 교수는 고향 부산에 대해 “부산에서 태어나 산 기간은 짧지만 어딜 가도 ‘부산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며 “살아가며 곤란한 순간을 맞을 때마다 부산 바다 풍경을 떠올리며 위로와 안식을 얻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날 강의 주제인 ‘스스로를 경계 밖으로 추방한 사람들’에 대해 발터 벤야민, 순교자 기념비, 수도원 등을 건축작품 사례를 설명해 이해를 도왔다. 승 교수는 건축의 본질과 진정성, 공간이 갖는 경외감, 건축이 주는 감동 등을 강의했다.
승 교수는 “잘 지으려고 예쁘게 보이려는 게 아니라 공간의 본질을 살리는 건축이야말로 큰 감동을 준다”며 ‘빈자의 미학’으로 대표되는 건축 철학을 강조했다.
동아대는 앞으로 2차례 더 승 교수의 특강을 계획하고 있다. 10월 20일(메가시티, 메타시티), 12월 1일(건축과 기억) 각각 강연이 열리며 일반 시민도 들을 수 있다.
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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