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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멋대로 고금리 증권사 신용융자대출, 19년 만에 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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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멋대로 고금리 증권사 신용융자대출, 19년 만에 손본다

입력
2017.09.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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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자율에 맡기는 규정 탓

사상 최저 기준금리 시대에도

10년 넘게 인하 안하며 배짱

투자자들의 착취 비판 거세지자

금감원,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검토

은행처럼 세부 산정기준 만들기로

직장인 황모(33)씨는 4개월 전 증권사에서 1,000만원의 신용융자대출을 받아 A주식에 투자했다. 대출금리는 첫 30일까진 연 7.5%가 적용됐지만 이후 점점 높아져 최고 11%까지 올라갔다. 황씨는 4개월 간 A종목에서 50여만원의 수익을 거뒀지만 같은 기간 대출이자로도 40만원 넘게 나가 정작 손에 쥔 돈은 거의 없다. 황씨는 “신용거래융자는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이라 사실상 투자자도 손실을 부담하는 구조인데 금리는 왜 이렇게 높은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2012년 이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8차례나 떨어져 사상 최저인 연 1.25% 수준까지 내려왔지만 정작 황씨처럼 증권사에서 대출을 받은 투자자들은 이러한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금리가 기준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여 년 간 그대로 유지돼 왔거나 조정되더라도 기준금리 하락폭에 훨씬 못 미치는 찔끔 인하에 그쳤기 때문이다.

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8조5,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말(6조8,000억원)보다 무려 1조7,000억원(25%)이나 급증했다. 신용거래융자는 주가 상승을 점치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에 나서는 것을 일컫는다. 최근 주식시장 상승세가 이어지며 대출을 받아서라도 주식에 투자하려는 이들이 늘면서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증권사들이 매기는 신용융자이자율이 기준금리 수준의 최대 10배나 돼 고금리 착취가 도를 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신용융자대출은 증권사와 신용융자 약정을 맺은 투자자가 주식매수 매입대금의 일부를 주식통장에 입금하면 나머지는 증권사가 대신 내주는 상품이다. 주식을 담보로 현금을 빌리는 주식담보대출과는 다르지만 구조는 사실상 담보대출과 비슷하다. 증권사들은 신용융자대출 때 담보인정비율이란 걸 설정하는데, 주식평가 금액이 이 아래를 밑돌면 바로 담보 주식을 팔아 대출금을 회수한다.

신용융자 금리는 요지부동이다. 증권사 32곳 중 5곳은 2011년 산정한 금리를 아직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10년 만인 지난해에 처음으로 금리를 0.25%포인트 낮췄다.

증권사들의 이 같은 배짱영업이 가능한 건 증권사 마음대로 금리를 매길 수 있도록 규정한 현행 규정 때문이다. 정부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증권사들이 대출금리, 한도 등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권사 점검 결과 증권사 대부분 금리를 어떻게 산정하는지 확실한 기준을 두고 있지 않았다”며 “그간 자율에만 맡기다 보니 시장 실패가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 동안 손을 놓고 있던 금융당국은 ‘더는 증권사 자율에만 맡길 수 없다’며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사들도 은행처럼 세부적인 대출 산정 기준을 만들어 이를 따르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단 기준만 마련돼도 당국의 개입 여지가 생겨 지금처럼 수년간 금리를 조정하지 않는 관행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투자업 규정을 개정해 제재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투자자들이 언제 혜택을 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당국이 현행법을 초월해 가격에 개입하겠다는 것인데 위법 소지가 있다”며 “증권사 반발이 심해 당장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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