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ㆍ삼호중 노사 합의 이어
미포조선도 내달 15일부터 5주씩
현대미포조선 노사가 일감 부족에 따른 유휴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로자들의 순환 유급휴직을 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도 직원들의 순환 휴직에 노사가 합의한 바 있어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3사는 모두 순환 휴직을 하게 됐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극심한 수주절벽이 조선업계의 일감 부족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24일 현대미포조선에 따르면 이 회사 노사는 일감 부족이 심해지는 다음 달 15일부터 내년 6월말까지 휴직을 하기로 했다. 휴직은 유휴 인력이 발생하는 부서와 직종에 한정해 최대 5주씩 실시할 예정이다. 현대미포조선 노사는 올해 1월부터 일감 부족에 따른 인력 운영 방안을 협의했고, 회사 측이 최대 1개월의 무급휴직을 제안하자 노조가 조합원들의 생계 문제를 들어 유휴인력에 대한 유급 휴직을 역제안해 합의에 이르렀다. 노사는 현재 구체적인 휴직 시행 인원을 파악 중인데, 현대미포조선 전체 직원은 3,200여명이며, 이 가운데 생산직 직원은 2,100명이다. 앞서 현대미포조선은 울산에 있는 4개 독 가운데 규모가 가장 작은 제4독(35만톤)를 오는 12월까지 가동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도 수주가 크게 줄면서 조선사업부문 인력 600여명이 순환 휴직에 돌입했다. 이들은 휴업 기간 중 평균 임금의 70%를 받는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하반기 유휴 인력이 5,000여명 이상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해 내년 상반기까지 순환휴직과 휴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의 생산직 직원 2,680명도 다음달 16일부터 내년 6월24일까지 1인당 5주씩 유급(평균 임금의 70%) 휴직을 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올해부터 선박 수주 실적이 나아지긴 했지만, 이 물량은 내년 이후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며 “지난해 전세계적인 발주 가뭄으로 인한 일감 부족이 올해 하반기부터 현실화되면서 근로자들의 휴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외에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비슷한 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대우조선은 올해 1월부터 사무직 근로자 4,000여명을 대상으로 급여 10% 반납과 순환 무급 휴직을 하고 있다. 6,000여명의 생산직 근로자들에게도 급여 10% 반납과 특근 제한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휴직 시행을 놓고 근로자와 회사간 협의가 진행 중이다.
조선업계의 일감 부족으로 정규직 직원들은 그나마 유급 휴직을 할 수 있지만, 비정규직 근로자나 하청 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심각한 생존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8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조선업종의 고용보험 가입자(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만1,800명 감소해 무려 22.4%나 줄었다. 특히 30대 이하의 감소 폭이 2만4,000여명에 달했는데 이는 30대 이하 청년층이 주로 하청업체의 비정규직이라 구조조정에 취약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은 “조선업 위기와 일감부족으로 수만명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은 상황”이라며 “수주 절벽의 불가피한 상황이 있겠지만 조선업의 위기가 무엇 때문에 발생했는지 책임을 규명하는 작업과 원-하청 간의 고통분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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