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마라토너와 가족들
1년에 단 하루만 개방하는
청정 민통선 코스서 가을 만끽
“남북이 함께 달릴 날 오길…”
외국인들은 분당 현장에 큰 관심
“언젠가 남북이 손잡고 함께 달릴 날 오겠죠.”
강원 철원군과 한국일보가 공동 주최한 ‘제14회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대회가 24일 철원군 동송읍 장흥리 고석정 및 민통선 코스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올해 대회에는 국내외 마라 토너와 가족 5,000여 명이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며 힘찬 레이스를 펼쳤다.
러너들은 제6보병사단(청성부대) 군악대 연주와 축포에 맞춰 이날 오전 9시부터 풀 코스(42.195㎞), 하프코스, 10㎞, 5㎞ 순으로 출발했다. 스타트 라인에는 이현종 철원군수와 이준희 한국일보 사장을 비롯해 헤이키 란타 주한 핀란드 상공회의소장, 제임스 최 주한 호주대사, 문경훈 철원군의회 의장, 지해용 병원경영발전협의회장, 차기현 제5보병사단 참모장, 정채민 철원경찰서장, 김갑수 철원군의회 부의장, 오흥금 철원교육지원청장, 한금석 강원도의원 등이 나와 참가 선수를 격려했다.
이 군수는 대회사를 통해 “한반도의 심장인 철원을 찾아준 국내외 마라토너들을 환영한다”며 “참가자들 모두 그 동안 쌓은 기량을 맘껏 발휘해 달라”고 격려했다. 이 사장은 축사에서 “1년에 단 하루 개방하는 민통선 코스를 달리면 묵직한 감회를 느낄 것”이라며 “명품 마라톤 코스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의장과 지 협의회장도 “즐거운 마음으로 참가자 모두 완주하기를 기원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참가자들은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마주한 민통선 코스를 달리며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했다. 또 완주 뒤 기념촬영을 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서울 중랑구 묵1동 조은날 클럽 민경애(70ㆍ여) 대표는 “맑은 공기와 푸른 하늘을 만날 수 있는 이 대회코스는 볼수록 매력 만점”이라며 “내년에도 회원들과 꼭 참가하겠다”고 활짝 웃었다. 하프코스 참가자 김정원(51ㆍ서울 양천구)씨는 “페이스 조절하기 좋게 훤히 트인 코스는 물론 공기도 쾌적해 힘들지 않은 레이스를 할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주한 외교사절 등 일부 참가자는 대회가 열린 고석정 코스 인근 한탄강 주상절리 등 비경을 둘러보며 즐거운 휴일을 보냈다.
민통선 군 통제소와 경계초소 등 분단의 현장을 직접 접한 외국인 참가자들은 호기심을 나타냈다. 폴란드에서 온 피오르 슈티페엔(35)은 “이곳이 65년 전 휴전을 앞두고 남과 북인 한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곳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곳곳에 전시된 무기들이 이채로웠다”고 말했다.
방송인 정진수씨가 진행한 식전행사에서는 레이스를 앞두고 참가자들이 에어로빅 댄스로 몸을 푸는 흥겨운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민국 대표 미인 2017미스코리아 미(美) 김사랑(26), 남승우(26), 이수연(23)씨는 팬 사인회를 가졌다. 대회장에는 철원 오대쌀과 버섯 등 지역 특산물로 만든 먹을 거리가 참가자들의 오감을 만족시켰다.
이날 남자 풀 코스 부문에서는 아프리카 케냐 출신 조엘 키마루(35씨가 2013년과 2015년에 이어 통산 세 번째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여자부에선 류승화(40)씨가 2015년 이후 대회 3연패 금자탑을 쌓았다. 대회 주최 측은 부문별 입상자들에게는 상금과 기념메달을, 참가자 전원에게 철원 오대쌀(3㎏)과 철원사랑상품권, 파시 핸드크림을 기념품으로 증정했다.
철원=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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