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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삼포적금’ 존재가 드러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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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삼포적금’ 존재가 드러난 순간

입력
2017.09.23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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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카페 '스사사'에 올라온 글. 화면 캡처
네이버 카페 '스사사'에 올라온 글. 화면 캡처

“기자 진짜 밉네요. 저런 식으로 기사 나가고 델타 차트가 개악되었던 기억이 있네요.”

“이제 좀 시작해 보려 했는데. 안 좋은 징조네요.”

‘[삼포적금 아시나요] 86만원 적금해 400만원 하와이 티켓 카드 신공(23일자 1ㆍ8ㆍ9면)’ 기사가 나간 뒤 회원 수 52만 명이 넘는 네이버 블로그 ‘스사사(스마트컨슈머를사랑하는사람들)’ 회원들 사이에서 돌연 많은 우려가 나왔습니다. 기자를 원망하는 목소리도 여럿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알지 못하는 ‘알짜 정보’가 공개되면서 신공의 생명력이 다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들이었습니다. ‘우리만 알고 있는’ 정보가 모두가 다 아는 정보가 되는 순간 그 값어치는 줄어들고 카드 제도가 바뀌는 게 아니냐는 불길한 예상 때문입니다. 괜한 걱정은 아닙니다. 그 동안 숱하게 비슷한 상황을 겪어 봤던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삼포적금을 붓고 싶다면 이렇게 하세요
삼포적금을 붓고 싶다면 이렇게 하세요

‘똑똑한’ 고객들은 카드사들과 제휴사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선보인 부가서비스를 철저히 파헤쳤습니다. 그리고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얻기 위해 공부하고 공유했습니다. 카드사, 제휴사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황금 길’을 찾아냈습니다. 카드 결제를 한 푼도 하지 않아도 포인트를 쌓아 보너스 항공권을 얻을 수 있는 ‘삼포적금(삼성카드포인트적금)’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런데 고객들의 이런 움직임은 카드사와 제휴사들에게 금전적 손해를 주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들이 당초 예상했던 수준 이상으로 ‘너무 잘’ 부가서비스를 활용하는 바람에 뜻밖의 마이너스를 가져오는 것이죠. 지난해 4월 출시하자 폭발적 인기를 끌었지만 정작 적자 폭도 가파르게 커지면서 6개월 만에 발급 중단이 돼버린 ‘NH올인시럽카드’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당초 카드 이용 금액에 따라 5% 적립률을 적용해 ‘시럽’ 모바일 쿠폰을 제공해 주기로 했던 이 카드의 경우 NH농협과 SK플래닛 측은 쿠폰 이용률을 70% 대로 봤지만 실제 이용률은 95%를 넘어섰고, 이 때문에 적자카드 신세가 돼 버렸다고 합니다.

NH올인시럽카드
NH올인시럽카드

게다가 카드를 쓰면서 챙겨 가야 할 부가서비스인데 카드는 쓰지 않고 부가서비스만 챙겨가니 회사들은 답답할 노릇입니다. 억울할 법도 합니다. 그렇다고 대놓고 고객들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는 노릇. 카드를 만들어 고객 유치를 열심히 했던 것은 바로 카드사들 자신들이니까요.

그런 카드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개악(改惡)’과 ‘발급중단’. ‘바꾸지만 나쁘게 바꾼다’는 뜻의 개악은 고객 입장에서 똑같은 부가서비스라 해도 이 열매를 따먹기 위한 조건을 까다롭게 해서 점점 더 어렵게 만들거나, 부가서비스 자체를 줄이는 것을 말합니다.

많은 고객들은 항공사 마일리지로 바꾸려는 꿈을 안고 마일리지와 바꿀 수 있는 카드 포인트를 차곡차곡 모았는데 갑자기 포인트와 마일리지의 전환 비율을 바꾸는 식(15포인트를 1마일과 바꾸도록 했던 것을 20포인트=1마일로 바꾸도록 변경하는 식)으로 카드 개악의 아픔을 겪었던 터라 이런 정보가 너무 많이 알려지는 것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대표적으로 델타항공에서 구간마다 필요한 마일리지를 올리면서 고객들을 멘붕에 빠뜨렸던 ‘델타 개악’이 대표적입니다.

네이버 카페 '스사사'
네이버 카페 '스사사'

“삼포도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지려나요?” “아무래도 모르던 분들도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될 듯 하네요.” “확실히 (우리에게) 긍정적 효과는 없을 것 같아요.”

기사에 민감해 하는 것은 비단 고객들뿐만이 아닙니다. 취재 과정에서 카드사들과 항공사, SK플래닛 등의 입장을 듣기 위해 만난 회사 관계자들은 모두들 “이거 꼭 기사 나가야 하나요”라며 난감해 했습니다. 적자 카드의 양산은 결국 카드 신제품 설계부터 카드사나 제휴사들이 무언가 잘못 생각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고, 그렇지 않아도 적자가 쌓여서 속이 상한 마당에 기사로 또 다시 그것이 언급되는 것 자체가 마음 좋을 리 없겠죠. 카드사의 설명(혹은 해명)을 충분히 담지 않으면 오히려 카드사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겨우 설득해서 회사 측 입장을 기사에 담았습니다.

이번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독자들에게 ‘삼포 신공’을 알리려는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기사가 나간 뒤 ‘이런 게 있는 줄 몰랐다’ ‘어서 서둘러 카드 만들어야겠다’ 거나 ‘과외를 해달라’는 애교 섞인 요청까지 왔습니다만 그 보다는 카드사들이나 제휴사들이 고객을 모집하고 카드 만들게 하고 가입한 고객들 관리하는 과정 전반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과 금융감독원 등 관계 기관 등도 정책 방향에 다시 한 번 고민해 보길 바란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정말 삼포적금에 관심 있으시다면 우선 ‘삼성신세계지앤미체크카드’와 ‘삼성아멕스그린카드’를 만드세요.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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