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팩트 SUV, 흔히 도심형 크로스오버 자동차라는 장르에 맞춘 모델이 불쑥 튀어나온다. 분명 프라이드의 후속작인 듯한 기아 스토닉을 SUV라 부르기엔 겸연쩍다. 온갖 편의장치로 무장한 현대 코나를 바라보며 떠오른 사자성어는 '과유불급'이었다. 디젤 파워트레인이 맛있는 쉐보레 트랙스는 아쉽게도 SUV의 상징인 사륜구동 시스템이 없다(수출형에는 있다). 스스로 환상의 연비보다는 듬직한 주행 감각을 우선하기에 르노삼성 QM3 또한 아쉽다. 여러분은 어떤 차를 고르겠는가? 무늬만 SUV를 지향하는, 비포장도로를 만나면 허둥대는 키 높은 해치백을 타겠는가?
내가 고른 소형 SUV는 티볼리 디젤 사륜구동 모델이다. 끝까지 못내 아쉬웠던 라이벌은 아이러니하게도 스토닉이다. 이른바 '가성비'가 탁월하며 디자인 또한 흡족해 그간 티볼리에 끌렸던 30대 여성 고객 몇몇이 이탈할 법한 매력을 품었다. 샛노란 스토닉이 아른거리지만 티볼리의 드넓은 실내를 떠올리며 옵션 조율에 나섰다. 사실 한국일보 모클팀은 코나와 스토닉이 데뷔하기 한참 전에 석 대의 비교시승을 진행한 바 있다.
티볼리는 기본형과 트렁크 공간을 늘린 에어 모델이 있다. 아무리 소형 SUV라지만 출퇴근 외에 여행이나 쇼핑에도 써야 하기 때문에 티볼리를 고른 나다. 당연히 티볼리 에어를 고른다. 휠 베이스는 그대로 유지하며 리어 오버행을 늘려 공간을 확보한 구조라 왜건에 견줄만하다. 423리터에서 720리터로 불쑥 키운 트렁크 공간이 티볼리 에어의 백미다. 시트를 접지 않아도 어지간한 짐은 쑥 들어간다. 주말에 코스트코에 들러 카드 두 대 분량의 온갖 짐을 싣고 캠핑을 떠날 때 가장 어울리는 차는 티볼리 뿐이다. 소형차 세금을 내면서 중형 SUV 버금가는 쓰임새를 품은 차는 언제 봐도 합리적이다.
파워트레인은 115마력 디젤 엔진과 자동변속기를 고른다. 30.6kg.m의 토크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사륜구동 또한 필수다. 소형 SUV지만 묵직하고 안정적으로 달리는 감각이 중요하니까. 생명을 담보하는 안전장비는 모두 넣는 게 좋겠다. 그래서 내 선택은 IX(2305만원)에 사륜구동과 멀티링크 서스펜션 패키지(180만원), 운전석 무릎 에어백(20만원), 긴급 제동보조시스템이 들어간 스마트 드라이빙 패키지2(80만원)까지 넣었다. HID 헤드램프가 최고등급인 RX(2530)에만 기본 장비로 들어가는 옵션 정책이 얄밉지만 쓸모 없는 옵션에 225만원을 지불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고른 티볼리 에어는 2585만원으로 모든 걸 갖췄다.
티볼리의 주행감각은 화려한 외모와는 달리 투박하다. 날렵하고 감각적인 핸들링을 원했다면 해치백에 가까운 최신형 모델로 눈을 돌리시라. 시종일관 그저 꾸준히 묵직하게 달린다. 엔진은 다소 거칠고 특유의 디젤 소음도 존재하지만 전체적으로 매끈한 변속기가 지워내는 모양새다. 디퍼렌셜 조율을 통해 앞뒤 구동력을 5:5로 배분할 수 있어 다가오는 겨울이 두렵지 않다. 소형 SUV 중에서 가장 실내공간이 넓으면서도 트랙스와 더불어 SUV 감성이 물씬 풍기면서 사륜구동까지 가능한 모델은 티볼리 뿐이다. 가장 먼저 데뷔했지만 디자인 역시 아직 신선함을 잃지 않았고!
최민관 기자 edit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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