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설명회장
처음으로 CEO들이 마이크 잡아
상대 약점 공격하며 치열한 홍보
해외 시장 가뭄ㆍ정부 SOC 감축
“초과이익환수 손실 보전도 검토”
건설사 경쟁에 집값 후폭풍 우려
부산에선 청약자 역대 최다 기록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L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 합동 설명회장에서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과 임병용 GS건설 사장은 1,000여명의 조합원을 향해 세배하듯 큰절을 올렸다. 이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조합원을 설득하기 위한 비장의 카드를 제시하며 열변을 토했다. 초대형 건설사 최고경영자(CEO)가 재건축 수주 설명회에 나선 것은 건설업계에선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을 둘러싼 건설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례 없던 모습들이 연출되고 있다. 해외 건설 시장이 불황인 가운데 국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마저 급감하며 건설사들 입장에선 재건축 수주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반포주공1단지는 단연 ‘최고의 물건’으로 꼽힌다. 단지 규모가 지하 4층~지상 최고 35층, 총 5,388가구에 달해 금액 기준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이기 때문이다. 총 공사비는 2조6,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날 설명회장에서 양 사는 발언 순서를 놓고도 자존심 싸움을 벌였다. 제비 뽑기를 통해 단상에 먼저 오른 임 사장은 현대건설을 겨냥한 날 선 공격을 퍼부었다. 그는 “(현대건설이) 각종 특화 공사금액이 5,026억원이라고 주장하는데 세부 공사 내역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물건값을 잔뜩 올려놓고 물건은 보여주지 않으면서 할인해주는 척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건설은 이에 대해 상품의 경쟁력을 알리는 데 주력하며 반격했다. 정 사장은 논란이 된 이사비 지원과 관련, “지자체와 조합의 협의를 거쳐 적정 수준의 이사비 등 다른 형태로 이익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현대건설은 당초 조합원들에게 이사비로 7,000만원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가 국토교통부가 관련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시정을 요구하자 철회했다.
서초구 잠원동 한신4지구 재건축조합의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한 롯데건설도 가구당 2,000만원의 이사비와 후분양제 등을 제시한 상태다. 또 사업추진이 지연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대상이 될 경우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보전하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ㆍ대우ㆍ대림ㆍ포스코ㆍGS 건설 등 상위 5개 건설사(삼성물산 제외)의 상반기 해외 사업 매출은 8조9,950여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조3,200여억원)보다 무려 32%나 감소했다. 더구나 정부는 향후 5년간 SOC 예산을 매년 7.5%씩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건설사간 과열 경쟁으로 각종 혜택이 제공되다 보면 시공사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결국 재건축 조합원의 부담금도 늘어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분양가를 올리면 주변 집값은 다시 들썩일 수 밖에 없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열 수주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약 광풍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2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0.06% 오르며 지난주(0.04%)보다 오름폭이 더 커졌다. 전날 1순위 청약을 받은 부산 강서구 ‘명지더샵퍼스트월드’ 아파트는 일반분양 1,648가구 모집에 22만9,734명이 신청해 평균 139.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자 기준으로 역대 최다 기록이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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