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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북한 금융ㆍ무역 다 틀어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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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북한 금융ㆍ무역 다 틀어막는다

입력
2017.09.22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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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거래하는 은행ㆍ기업ㆍ개인 등

재무부에 포괄적 제재 권한 부여

사실상 달러시스템서 퇴출

중국에 원유 빼고 거래 단절 통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뉴욕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에서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뉴욕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에서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북한과 거래하는 금융기관과 기업, 개인을 두루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을 재무부에 대폭 부여하는 내용의 새 대북제재 시행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간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가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무역 활동 제재에 초점이 맞춰진 데 비해 정상적인 일반 무역 및 금융까지 포괄적으로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처음으로 전면 시행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게 새 제재의 골자이다.

지난 2010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꺼내들었던 이란 제재법과 접근 방식이나 기대하는 효과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북한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해 사실상 원유를 제외하고 모든 경제 관계를 끊으라는 최후통첩의 성격이 담겨있으며, 미국 정부의 선택에 따라 북한과 관계를 유지하는 어떤 기업, 단체, 개인에도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경제 압박이다. 그동안 대북 군사옵션 카드의 존재를 끊임없이 상기시키면서도 외교와 경제적 압박을 우선시하겠다고 해온 트럼프 정부의 인내심이 바닥에 다다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응이다. 다만 그간 유엔의 대북 제재로 이미 북한 수출의 90%까지 차단된 상황인 데다, 이번 조치가 미국 경제 시스템 내의 제재라는 한계를 갖고 있어 고립 경제로 버텨온 북한이 얼마나 실질적인 타격을 받을지에 대해선 관측이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유엔 총회가 열리고 있는 뉴욕에서 가진 3자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내용의 미국의 새 대북 제재안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한 사실을 공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범죄적인 불량 정권에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새 행정명령이 인류에 알려진 가장 치명적인 무기를 개발하려는 북한에 대한 수익의 원천을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이 공개한 새 행정명령에 따르면, 북한에 대한 제재는 ▦상품, 서비스, 기술의 상당한 수출ㆍ수입에 대한 제재 ▦북한과의 무역에 연계된 금융 거래 은행 제재 ▦북한의 섬유, 어업, 정보통신기술, 제조업, 의학, 광산, 금융서비스, 교통 산업에 대한 직접 투자 제재 ▦북한을 경유한 선박 항공기의 180일간 미국 내 입국 금지 등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서명한 대북 제재 행정명령이 주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해 북한 정부와 노동당에 수혜를 주거나, 제재 대상자와 거래하는 무역을 규제했던 데서 대폭 제재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당시에는 상품, 서비스, 기술 분야에 대한 포괄적 제재도 미국인에 의한 거래 등 미국과 직접 관련된 것만 대상으로 규정됐다.

이번 행정명령은 이 같은 각종 조건들을 없애고 북한과 상품, 서비스, 기술을 상당한(significant) 정도로 수출ㆍ수입하는 제3국의 기업 개인까지 미국 정부가 제재할 수 있도록 했다. 재무부가 마음만 먹으면 북한과 거래하는 거의 모든 무역 행위를 제재 대상에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모두 이날 북한 경제 제재의 마지막 카드로 꼽히는 원유 공급 제재를 명시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원유 공급 중단은 중국과 러시아가 거세게 반대한다는 점에서 당장 제재 대상으로 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정명령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북한의 무역과 연계돼 상당한 거래를 한 금융기관에 대해 미국 내 대리계좌나 결제계좌를 금지 또는 제한을 두도록 한 대목이다. 금융권의 모든 달러 결제는 미국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북한과 거래한 은행은 미국 달러시스템에서 퇴출시키겠다는 뜻이다. 국제 거래의 90%가 달러로 결제되는 터라 주요 은행들로선 북한이 관여된 금융거래는 엄두도 낼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란 제재 당시에 도입된 이 같은 금융 제재는 이란의 무역을 마비시키는 데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은행들은 미국과 거래할지 아니면 불법적인 북한 정권과의 무역을 도모할 것인지, 분명한 선택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독자 제재를 어길 경우 기업과 개인에게 취하는 징벌 조치는 미국 내 자산 동결 및 미국인과의 거래 금지다. 바꿔 말하면 미국과 거래하지 않는 소규모 기업이나 개인의 경우 제재의 실효성이 크지 않은 것이다. 실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행정명령을 통해 북한 해외 노동자 송출에 책임 있는 자를 제재토록 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평가다.

금융 제재 역시 북한이 지난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 제재를 겪은 뒤 위장 회사나 차명계좌 등 각종 편법을 활용하며 국제 금융 시스템 바깥에서 적응해왔다는 점에서 실제 제재 효과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의 주요 은행들이 이미 북한과의 거래를 중단했고 북한의 해외 노동자 역시 금융 기관을 이용하지 않고 인편 혹은 외교행낭으로 돈을 송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무부가 막강한 재량권을 부여 받았지만 실제 북한의 최대 파트너인 중국과 러시아 기업을 어느 수준까지 제재 대상으로 삼을지도 미지수다. 재무부는 국무부와의 협의를 거쳐 제재 대상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중국 및 러시아와의 마찰에 대한 ‘외교적 고려’가 개입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한미경제연구소의 트로이 스탠가론 선임연구원은 “이번 제재의 성공여부는 북한과의 거래를 추적하는 재무부의 의지와 함께, 미국이 손을 뻗칠 수 있는 영역 바깥에 북한의 거래가 얼마나 존재하는지에 사실상 달려있다”고 말했다.

뉴욕=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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