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투자할 예산이 보육에 쏠려”
예산 부담 커… 인건비가 절반 넘어
시ㆍ도교육청, 지자체로 이관키로
“부실 불 보듯” 돌봄전담사들 반발
전원 무기계약직 전환 약속해놓고
1만여명 하청 근로자로 전락 위기
“‘교육’에 투자돼야 할 인력과 예산이 ‘보육’으로 쏠리고 있어 돌봄교실의 지방자치단체 이관 검토가 필요하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
“지자체에 떠넘기면 민간위탁으로 부실해지고 1만2,000여명의 돌봄전담사를 고용불안으로 내모는 것이다.” (민주노총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본부 관계자)
학부모 만족도가 95%가 넘는 교육정책인 돌봄교실이 관할 논란에 빠졌다. 교육당국이 예산문제 때문에 지자체로 넘기려 하는 것인데, 돌봄전담사들은 정책 부실화를 우려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돌봄전담사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필요할 땐 교직원이고 불편할 땐 하청직원이냐”며 시ㆍ도교육감들을 성토했다. 지난 4일 전국시ㆍ도교육감 협의회가 초등학교가 운영 중인 돌봄교실을 지자체 등이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사회서비스공단으로 이관해 달라는 교육부 건의서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돌봄전담사들은 4일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2014년 본격 시행된 돌봄교실은 돌봄전담사가 초등학교에서 오후반(오후 7시까지)과 저녁반(오후 10시까지)을 운영하며 음악ㆍ체육 활동 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간식ㆍ휴게 공간 등을 제공하는 제도다. 2013년 약 16만 명이던 참여자수는 지난해 약 24만 명으로 증가했으며 참여자 10명 중 7명이 맞벌이 가정 아동이었다. 교육부 조사결과 참여 학부모 95.7%가 만족한다고 밝혀 가장 호평 받는 교육정책으로 꼽힌다.
문제는 ‘교육’이 아닌 ‘보육’ 사업인 돌봄교실 때문에 각 시ㆍ도교육청의 부담이 가중되는 데 있다.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과 관계자는 “올해 돌봄교실 예산은 520억원 정도인데 그 중 50~70% 가량이 돌봄전담사의 인건비로 나가는 상황”이라며 “내년에도 예산을 늘려야 하는데 정규 교육과정에 드는 교육비가 줄게 된다는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의 D초등학교 교장은 “오후 7시쯤이 되면 아이들이 돌봄교실에서 거의 빠져 나가고 한 두 명 가량만 남는 경우가 흔하다”며 “아이들은 자기 혼자만 남게 됐다는 소외감이 크고 학교는 학교대로 부담이 큰 만큼 지자체가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미현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 부지부장은 “보건복지부와 지자체가 관장하는 지역아동센터는 대부분 위탁으로 운영돼 (부실화 될 것이라는)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며 “지자체 이관 후 학교 돌봄교실을 그대로 사용한다 해도 시설의 장(학교장)과 운영책임자(지자체장)가 분리돼 돌봄전담사의 불법적인 파견근무형태를 촉진할 우려도 있다”고 주장했다. 돌봄전담사는 교육부가 전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밝힌 상황인데 지자체로 이관될 경우 다시 위탁업체의 하청 근로자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온종일돌봄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용역이 마무리 되는 올해 말쯤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박희동 교육부 방과후학교지원과장은 “아이들 돌봄 사업에 지자체의 역할을 더 늘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부처간에 형성됐지만, 아직 구체적인 안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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