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JTBC에 뿔났다. 문 대통령의 세계시민상 수상 소감을 또 왜곡 편집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부터 외교 석상에서 ‘나’의 낮춤형인 ‘저’ 대신 ‘나’를 쓰고 있다. “저는~입니다”가 아니라 “나는 ~입니다”라고 하는 식이다. 세계 무대에서 주권국으로서 당당한 외교를 펼치겠다는 뜻이 담겼다고 한다.
JTBC는 지난 20일 문 대통령의 세계시민상 수상 소식을 보도했다. 리포팅엔 문제가 없었다. 자막에서 사달이 났다. 문 대통령이 수상 소감에서 "나는"이라 말한 걸 "저는"으로 바꿔 내보냈다. 지지자들은 마치 '저자세 외교'의 뉘앙스를 풍기도록 자막을 바꾼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현재 다시 보기 영상에는 ‘나는’으로 바뀐 상태다.
문 대통령 지지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는 발칵 뒤집혔다. 이날 MLB파크 등에서는 이 장면을 캡처한 사진과 함께 JTBC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왜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다루는 보도 때만 실수가 발생하냐고 지적했다. 한 누리꾼은 “장난도 한두 번”이라며 “왜 이런 게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만 집중적으로 발생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JTBC는 ‘최순실 태블릿PC’ 보도로 본의 아니게 새 정권 탄생에 가장 크게 기여한 방송사다. 하지만 문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선 최근 ‘공공의 적’이 되는 모양새다. 잦은 자막, CG 실수 때문이다. 인터뷰하는 김광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옆에 ‘김일성종합대학 졸업’이란 자막을 붙이거나,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문 대통령 경쟁 후보에 실제 값보다 높은 값을 넣어 만든 그래프를 내보낸 것 등이 대표적이다.
대선 정국이 한창이던 지난 4월 문 대통령과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그래프를 바꿔 내보낸게 결정타였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손석희 JTBC 앵커까지 진화에 나섰다. 손 앵커는 그래프 왜곡 논란이 불거진 다음 날 뉴스룸 앵커브리핑에서 “단순한 실수라 말하고 넘어가기에는 그동안 횟수가 여러 차례였다”며 고개를 숙였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문제의 사례로 드는 JTBC 실수들 중에는 의도적이라고 보기 애매한 것도 섞여있다. 실수라기보다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과 ‘코드’가 맞지 않는 편집이었던 셈이다. 물론 김 전 의원 사례나 그래프 오기처럼 명백한 실수도 있다.
하지만 지지자들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례를 빼도 이미 실수할 만큼 했다는 지적이다. 한 문 대통령 지지 누리꾼은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라며 “(뉴스룸이) 저번 대선 때부터 누적된 실수가 너무 잦다”고 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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