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 개회식ㆍ연설 안하고
새 내각에 대한 질의도 않기로
“이토록 국회 무시한 총리 처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는 28일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연설도 생략하고 개회식도 하지 않은 채 중의원을 해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침묵 해산’이다. 이 때문에 ‘사학스캔들’추궁을 벼르는 야당 공세를 원천차단하기 위한 부적절한 해산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3일 국면 전환용 개각으로 탄생한 새 내각이 국회에서 아무것도 심의하지 않은 채 중의원이 해산되는 일은 전후(戰後) 처음이란 지적이 나온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21일 정부와 자민당이 이같은 방침을 굳혔으며 아베 총리가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중의원 해산을 공신 선언한다고 전했다. 통상 임시국회 소집일에는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참석하는 개회식이 열리고, 가장 중요한 총리의 소신표명 연설이 진행된다. 다음날부터는 중ㆍ참 양원에서 각 당의 대표연설, 이어 중ㆍ참의원 예산위원회 질의가 이어지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자민당 간부는 “이번 경우는 선거준비에 지장이 생길 것으로 판단해 총리연설과 대표질문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대신 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반복하는 북한에 대한 항의결의건만 따로 일정을 조정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3일 지지율 추락을 끊기 위한 개각을 단행하면서 각료들 면면을 ‘일하는 내각’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일본에서 이처럼 조각을 포함한 개각후 내각에 대한 국회질의가 이뤄지지 않고 중의원이 해산되는 사례는 한번도 없었다. 임시국회 시작 부분에 해산한 사례는 1966년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총리 등 3차례가 있었지만 모두 내각출범후 첫 국회가 아니어서 총리의 소신표명 연설과 질의응답을 거친 이후였다. 이와 관련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이 정도로 국회를 경시하고 무시한 총리는 없었다”며 ‘침묵의 해산’을 비판했다. 민진ㆍ공산ㆍ자유ㆍ사민 등 야4당은 아베 총리의 방침이 전해지자 “국회 논의로부터 도망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일제히 성토했다.
아베 총리가 중의원 조기해산을 강행하는 것은 임시국회 초반 전격해산한 역대 3차례 모두 여당이 승리했기 때문이다. 특히 1986년 6월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총리가 국회를 해산하지 않을 것처럼 위장한뒤 임시국회를 소집해 전격 해산한 사례는 ‘죽은 척 해산’으로 불린다. 미처 대비하지 못한 야당은 참패했고 자민당은 압승했다. 이 때문에 민진당은 이번 총선공약에 총리의 해산권 제한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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