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피하려 전용계좌까지 개설
공화당 “정치 자금 아니다” 주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 관련 변호사 비용 충당을 위해 재선 캠프와 공화당에 기부된 자금을 사용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선거운동 등 공적 활동이 용도인 돈을 ‘개인 형사사건 소송비용’으로 부적절하게 썼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공화당 측은 위법 시비를 우려, 이를 위한 별도의 전용 계좌까지 개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공화당 전국위원회(RNC)는 러시아의 미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 수사와 관련,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 측에 23만달러를 지불했다. 통신은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2명을 인용해 이 같이 보도한 뒤 “RNC 대변인도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 수장인 존 다우드 변호사에게 10만달러, 다른 로펌에 13만1,250달러를 각각 건넸다’고 확인해 줬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주변인들에 대한 자금 지원도 이뤄졌다. 트럼프 재선 캠프는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를 대리하는 앨런 퓨터파스 변호사에게 지난 7월 5만달러를 포함, 총 16만6,000달러를 지급했다. 또 다른 로펌에도 3만달러를 건넸다.
이에 대해 RNC 측은 “법적 소송을 위한 기존 계좌에서 출금된 것으로, 정치 자금은 한푼도 줄어들지 않았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 연방 선거위원회는 ‘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적 비용’을 선거자금 용도로 허용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현 선거재무 체계가 갖춰진 이후, 자신의 범죄의혹 방어에 선거자금을 쓴 미국의 대통령은 트럼프가 최초라는 게 선거법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도 해당 계좌에 대해 “올해 여름 공화당 내에서 ‘러시아 스캔들 관련 자금 지원’의 적절성 문제를 논의한 뒤에야 개설된 것”이라면서 일종의 ‘꼼수’였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뮬러 특검팀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폴 매너포트의 ‘최근 11년 간 활동’ 전반을 집중 수사 중이다. 미 CNN 방송은 이날 “지난 7월 매너포트에 대한 수색영장에는 ‘2006년 1월 이후의 모든 범죄’라고 수사대상 기간이 광범위하게 기재돼 있다”며 “세금ㆍ금융범죄 혐의를 받는 매너포트가 수사 초점으로 급부상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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