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을 향해 무시무시한 경고의 말 폭탄을 쏟아냈다.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한 게 대표적이다. 김정은 정권에 대해 ‘불량 정권’ ‘타락한 정권’ ‘범죄집단’ 등 최고의 부정적 수사를 동원해 비난하고 국제사회에서 철저히 고립시킬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에도 ‘화염과 분노’ ‘군사적 해법 장전’과 같은 강경 발언을 쏟아낸 바 있지만 이번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또 다르다.
극단적 용어를 동원한 경고와 위협은 북한으로부터 이에 상응하는 언어적 도발과 비난을 불러내는 상승작용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매우 걱정스럽다. 유엔 안팎에서 “유엔을 전쟁 선포의 무대로 활용했다”는 비판이 나오는가 하면 미국 언론 등 주요 외신들도 강한 우려와 유감을 나타냈다. “완전 파괴는 북한의 2,500만 주민의 생명까지도 김정은과 함께 절멸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미국 워싱턴포스트), “역사상 어떤 미국 대통령도 상대국에 이처럼 갈등을 일으키는 메시지를 던지지 않았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등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맥락을 자세히 살피면 북한에 대해 즉각적으로 선제적 군사공격을 가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보다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 데 대해 단호한 대응 의지를 표명한 측면이 강하다. “미국은 준비돼 있고 의지와 능력도 있지만 이런 것들이 필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한 대목이 특히 그렇다. 매티스 국방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 후에도 “외교적 수단으로 해결”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한의 무모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추구가 전 세계에 상상할 수 없는 인명 피해를 위협한다며 “그런 정권과 무역을 하고 무기를 공급하며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불법행위”라고 했다.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전 유엔 회원국에 대북 압박 동참을 촉구한 것으로, 여전히 군사적 해결보다는 경제ㆍ외교적 압박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볼 만하다. 멕시코와 페루, 쿠웨이트에 이어 유럽연합 소속인 스페인까지 자국 주재 북한 대사 추방 조치를 취하고 나섰고, 각국이 북한과의 무역과 금융거래 축소에 속속 동참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 앞장선 대북 경제ㆍ외교 압박이 국제사회에 호응을 얻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처럼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강도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21일 유엔 총회 연설에 나선다. 문 대통령은 북핵ㆍ미사일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굳건한 공조를 강조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평화적 방법에 의한 문제 해결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동맹의 기조를 지키고 국제사회의 기류와 궤를 같이하면서도 한반도 문제의 당사국으로서의 입장도 분명하게 밝힐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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