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프로축구 벵갈루루FC 소속 미드필더 에릭 파탈루(31ㆍ호주)의 ‘방북기’가 화제다.
파탈루는 북한이 북태평양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난 15일 평양에 있었다. 그는 작년 전북 현대에 잠깐 몸담으며 K리그 2경기만 뛴 경력도 있다.
벵갈루루는 지난 13일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서 4.25 체육단과 아시아축구연맹(AFC)컵 준결승 2차전을 치렀다. 1차전 홈경기에서 3-0으로 이긴 벵갈루루는 2차전에서 득점 없이 비겨 결승에 올랐다.
영국 매체 BBC가 20일(한국시간) 올린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파탈루는 “호주 정부는 북한으로 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북한에는 호주 대사관은 물론 영사관도 없었고 핵전쟁의 위협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출발 전 평양이 안전한 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문의했고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안전하다고 답을 보냈다. 파탈루는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불안정한 지역에서 축구를 하는 것이었지만 북한은 듣던 것과 전혀 달랐다”고 돌아봤다.
파탈루는 “인도 뭄바이를 출발,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지난 11일 평양 순안 국제공항에 도착했는데 계류장에 비행기가 한 대뿐이어서 놀랐다. 축구화와 축구공 등 수하물이 분실돼 두 시간이나 기다렸다. 북한 요원들은 휴대폰이나 태블릿PC 등을 꼼꼼히 점검했다”면서 “그들이 트위터는 확인하지 않길 바라고 있었다.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술 한 잔 해야겠다고 농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파탈루를 포함한 몇몇 선수들은 호텔에서 150∼200 달러(약 17만∼23만 원)를 주고 ‘가짜’ 축구화를 사야 했지만 질이 나쁘고 발에 맞지 않아 쓸모가 없었다.
파탈루는 경기 후 이틀을 더 묵었는데 지난 15일 일어나자마자 화성 12호 미사일이 순안공항에서 발사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우리가 체크아웃할 때 한 사람이 ‘오전 6시에 호텔 밖에 있었으면 머리 위로 미사일이 날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우리는 서로 ‘가능한 빨리 여기를 벗어나자’고 눈빛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사람들이 이런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고 의문스러워했다.
파탈루는 “선수단 안내를 맡은 북한 사람들은 김정은이 미국과 싸울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입을 모았다”며 “북한은 매우 강하고 미국은 약한 것으로 세뇌 당한 것 같았다. 이상한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북한은 푸른 하늘, 식물, 꽃, 농장이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이번 여행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뉴스를 통해 들은 것만으로 모든 걸 판단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미친 짓을 벌이려는 건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어린 소년들의 미소를 보며 이런 곳이 (핵전쟁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 아팠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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