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전쟁 위협만 가중” 글 남겨
시민단체, 정부 철회ㆍ사과 요구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반대와 문재인 정부 성공을 외치며 분신한 독일망명객 조영삼(58ㆍ자유기고가)씨가 20일 오전 9시34분 숨을 거뒀다.
조씨는 전날 오후 4시10분쯤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18층 야외정원에서 인화물질을 몸에 뿌리고 불을 붙여 전신3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연명 치료를 받고 있었다. 분신 당시 “사드 가고 평화 오라. 문재인 정부는 성공해야 한다”고 외쳤으며,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야 우리나라의 미래가 있다’는 제목의 4쪽 분량 글을 통해 ‘사드 배치는 긴장을 초래하고 전쟁 위협만 가중한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가 미국에 당당히 할 말을 하고 성공하길 바란다’는 주장을 폈다.
조씨는 비(非)전향 장기수로 북한으로 송환된 이인모씨(2007년 사망)의 초대로 1995년 8월 북한에 밀입국해 26일간 체류했다. 이후 독일로 망명했다가 2012년 입국,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2014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런 사연으로 ‘마지막 재독망명객’이라 불렸다.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등 시민단체는 조씨 시신이 안치된 서울 영등포동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종 애도 성명’을 발표하며 정부의 사과와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했다. 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장인 원불교 강해윤 교무는 “문재인 정부가 사죄하고 새롭게 국민 편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더 큰 비극이 계속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불법 사드 배치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며 “이는 정권의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유족과 논의해 조씨 장례를 ‘사회장’으로 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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