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기관운영감사 결과
증권사 등 임직원 주식거래엔 34억 과태료 물리면서
금감원 직원 처벌엔 눈감아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업무의 특성상, 직원들의 주식 거래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금융감독원의 직원 50명이 내부 규정을 어기고 주식거래를 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금감원은 비슷한 제한을 받는 증권사 등 임직원의 주식거래에는 앞서 과태료 부과 등으로 엄중 제재하면서도 정작 자기 직원들에겐 별다른 제재를 내리지 않았다.
감사원은 20일 이런 내용을 담은 금감원 기관운영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3월13일부터 한 달 넘게 이어진 감사원 감사에서는 총 52건의 위법 행위가 드러났다.
우선 금감원 직원 50명이 내부 규정을 지키지 않고 주식거래를 한 사실이 적발됐다. 국내 금융권에서 증권회사를 포함한 금융투자업계 임직원은 본인 명의 주식계좌로 거래를 해야 하고, 분기마다 주식거래 현황을 회사에 보고해야 하는 등 제한적으로만 주식거래를 할 수 있다. 시장에 알려지지 않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얻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다. 자본시장법상 금감원 직원도 이 규정을 그대로 적용 받는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금감원 직원 A씨는 장모 명의로 된 주식계좌로 주식거래를 했다. 2013년 2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A씨의 주식매매 횟수는 7,244회에 달한다. 이 기간 누적 주식거래금액은 무려 734억원에 이른다. 사실상 자산운용사 직원만큼 주식거래를 한 것이다. 또 금감원 직원은 원칙적으로 비상장주식을 살 수 없다. 이를 취득하려면 금감원 감찰실 국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 없이 비상장주식에 투자한 직원도 32명에 달했다.
감사 결과 금감원은 민간 증권회사보다 임직원의 불법 주식거래를 막기 위한 내부 통제 시스템이 훨씬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의 자진 신고 방식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규정을 어겨가며 주식거래를 한 직원을 적발해도 인사 조치만 할 뿐 과태료 처분은 전혀 내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앞서 금감원이 감독ㆍ검사권을 이용해 민간 증권사 직원의 주식거래를 엄단한 것과는 전혀 다른 처분이다. 금감원은 매년 증권사 임직원의 금융거래정보를 조회하는 방식으로 해당 직원이 주식거래 과정에서 내부 규정을 어겼는지를 조사한다. 이른바 임직원의 ‘자기매매시 준수사항’이다. 금감원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총 31개 기관을 상대로 이 같은 조사를 벌여, 규정을 위반한 임직원 161명에게 과태료 34억원을 물렸다.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대응인 셈인데, 이렇다 보니 금감원 직원들도 내부 규정을 어겨가며 주식거래를 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감사원은 타인 명의 주식계좌로 주식거래를 한 2명은 검찰에 수사통보하고, 주식거래를 했으면서도 감사원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23명에 대해선 검찰에 수사참고 자료를 넘기기로 했다.
아울러 이번에 적발된 50명에 대해선 금감원장에게 내부 규정에 따라 처벌하도록 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금감원이 규정을 어긴 금융회사 직원들에겐 과태료를 물리면서 정작 소속 직원에겐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건 문제인 만큼 똑같은 처분을 내리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노동조합과의 협의를 거쳐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내부 규율을 갖추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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