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파괴” “자살임무” “타락한 정권” “범죄 집단” “재앙” “로켓맨” “불량정권” “사악한 소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 대해 쏟아낸 표현과 경고들이다. 그는 40여분의 연설 중 5분을 북한을 성토하는 데 할애하며 초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백악관 관계자는 전날 “대통령이 연설 초안을 다듬고 고치는 데 보좌관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밝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이 같은 표현을 고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트위터에 올린 ‘로켓맨’이란 표현도 연설에 그대로 담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유엔 회의장은 서늘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날 연설에서 박수 자체가 5번 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경색된 분위기였는데, 북한 관련 발언에서 그마저도 없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 파괴 발언을 할 때 다른 유엔 회의장에서 국제 외교정책을 논의하던 외교관들이 당황하면서 매우 놀라워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자신의 슬로건인 ‘미국 우선주의’를 ‘자국 우선주의’라는 원칙에서 설명한 뒤 전 세계가 당면한 위협을 제시하면서 북한을 가장 먼저 거론했다. 그는 “지금 지구상의 재앙은 유엔이 기반한 원리를 매번 어기는 소수의 불량정권들”이라며 “정의로운 다수가 사악한 소수에 맞서지 않으면 악이 승리할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예의 바른 사람들과 국가들이 역사의 방관자가 될 때, 파괴의 세력들은 힘을 얻게 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 근본주의 성향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선악의 이분법적 구도로 테러와의 전쟁을 다룬 것과 흡사한 어조로 북핵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북한의 타락한 정권보다 다른 국가와 자기 국민들의 안위에 대해 더 경멸을 보내는 이들은 없다”며 북한을 본격적으로 거명했다. 그는 “그 정권은 수백만의 기아, 감금, 고문, 살인, 다른 셀 수 없는 압제의 책임을 지고 있다”며 미국인 대학생 오토 윔비어 사망 사건, 김정남 피살 사건, 일본인 소녀 납치 사건을 나열했다. 이어 “북한의 무모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추구가 상상할 수 없는 생명을 담보로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반인권적 집단의 핵무장 위험성을 극도로 고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어떤 나라들이 그런 정권과 무역을 거래할 뿐만 아니라 무기를 제공하고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분노할 일”이라며 “이런 범죄 집단이 핵무기와 미사일로 무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데 관심을 가질 나라는 지구상에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과 러시아를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이지만,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문제의 ‘완전 파괴’ 경고를 내놨다. 그는 “미국은 막강한 힘과 인내심을 갖고 있지만 우리와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북한을 완전하게 파괴하는 것 외에 선택이 없다”며 “로켓맨이 자신과 정권을 향해 자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그는 다만 “미국은 준비돼 있고 의지가 있고 능력도 있지만, 이것(완전파괴)이 불가피한 일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북한이 비핵화만이 용납될 수 있는 미래라는 점을 깨달아야 할 때”라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언급하면서 뜻밖에도 “제재 결의에 동참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감사하고 싶다”며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며 “김정은 정권이 적대적인 행동을 멈출 때까지 모든 국가들이 김정은 정권을 고립시키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북핵 관련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 같은 대북 초강경 발언이 쏟아진 연단 앞줄에 북한의 유엔 주재 대사 자리가 배정됐지만, 좌석은 비어 있었다. 자성남 대사는 다른 회원국 정상들의 기조연설을 지켜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순서가 되자 돌연 자리에서 일어나 총회장을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자 대사는 NBC 방송에 “보이콧 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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