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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불량' 유전자 변형 고기가 나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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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불량' 유전자 변형 고기가 나온다면?

입력
2017.09.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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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불량' 유전자 변형 고기가 나온다면? 게티이미지뱅크
똑똑한 '불량' 유전자 변형 고기가 나온다면? 게티이미지뱅크

영화관 가는 게 연례 행사이긴 한데 영화가 영화인만큼 영화관에 가서 '옥자'를 직접 관람했다. (그래서 이 글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다.) 

옥자의 고통은 더 컸을 것이다

'옥자'는 생각보다 동물 윤리 문제를 직접적으로 그렸다. 밀집 사육과 컨베이어 벨트식의 도살 모습 등 공장식 축산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옥자와 같은 슈퍼 돼지는 지능지수가 높아서 공장식 축산 환경에서 받는 고통이 더욱 클 것이다. 사실 현실의 돼지도 우리가 길러서 먹는 가축 중 가장 머리가 좋다. 영화 '꼬마 돼지 베이브'에 나오듯이 돼지는 개처럼 양치기 노릇을 훌륭하게 할 수 있다. 

현실의 돼지도 가축 중 가장 머리가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현실의 돼지도 가축 중 가장 머리가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머리가 나쁘면 그렇게 나쁜 환경에서 사육하고 도살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인지 능력이 높으면 거기서 받는 고통은 더 배가될 것이다. 옥자와 같은 슈퍼 돼지도 그런 인지 능력이 있다. 영화의 끝부분에서 공장식 농장의 슈퍼 돼지 부부는 주인공 미자에게 새끼를 데리고 가도록 한다. 감시인들에게 들키지 않게 한 일이다. 거기서 살아봐야 지옥 같은 경험을 할 뿐이므로 새끼라도 탈출시킨 것이다. 이 정도 사리분별을 할 수 있다면 인간과 다름이 없는 인지 능력이다.

똑똑한 불량품이 나온다면?

영화 속 미란다 그룹은 유전자 변형 동물을 만들면서 왜 하필 인지 능력이 있게 만들었을까? 인지 능력이 없게, 이왕이면 고통도 느낄 수 없게 만들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영화에서는 그렇게 만든 이유는 나오지 않는다. 아마 슈퍼 돼지이다 보니 덩치만 커진 것이 아니라 지능까지 높아졌을 것 같다. '옥자'와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소설로 '더미'가 있다. 

김지훈의 장르소설 '더미'. 출판사 '이타카' 블로그 캡처
김지훈의 장르소설 '더미'. 출판사 '이타카' 블로그 캡처

김지훈의 장르 소설인데 ‘더미’는 배양 고기의 이름이다. 실험실에서 고기를 만들 수 있다면 사육과 도살에서 생기는 윤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므로 실험실 고기는 실제로 연구 중에 있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간혹 배양 과정에서 어린이 정도의 인지 능력이 있는 불량 더미가 만들어진다. 그런 더미를 먹는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아마 슈퍼 돼지도 개발 과정에서 그런 인지 능력이 생길 것을 예상 못했을 것 같다.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해서 '옥자' 속의 미란다 그룹 같은 개발사가 생산을 중단할까? 그럴 것 같지 않다. 기존의 돼지와 견주어 훨씬 많은 양의 단백질을 공급하는데 그깟 지능쯤이야. 꼭 개발사만 탓할 일도 아니다. 소비자들도 싼 맛에 고기를 맛볼 수 있는데 그깟 지능쯤이야 하고 무시할 것이다. 실제로 '옥자'를 본 관객들은 고기를 못 먹을 것 같다면서도 다시 육식을 한다고 하지 않나? 현실의 돼지는 슈퍼 돼지만한 지능은 없지만 공장식 농장에서 고통을 받을 정도의 지능은 있는데도 말이다.

부작용을 원천 차단할 수 있을까

유전자 변형 동물을 개발한다면 아예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동물을 만드는 게 최선일 것이다. 사육 과정과 도살 과정에서 고통을 느끼지 못할 것이므로 윤리적인 문제가 생길 곳은 없기 때문이다. 혐오감이야 있겠지만 엄연히 고통을 느끼는 동물을 잡아먹으면서 유전자 변형 동물에 대해서만 혐오감을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신기술을 염려해야 하는 진짜 이유는 혐오감보다는 '옥자'나 '더미'에서처럼 그런 동물이 예기치 못하게 지능이 생겨버릴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다. 유전자 변형 식물도 그 자체로 문제가 없을지는 모르지만, 아무리 엄격하게 재배를 해도 씨앗이 날아가 기존의 식물과 교배하여 새로운 종을 탄생시킬까 봐 두려워하지 않는가?

고기에 대한 욕구·비윤리적인 공장식 농장 시스템을 감안하면, 유전자 변형 동물 연구를 꼭 꺼릴 것은 아니라고 본다. 게티이미지뱅크
고기에 대한 욕구·비윤리적인 공장식 농장 시스템을 감안하면, 유전자 변형 동물 연구를 꼭 꺼릴 것은 아니라고 본다. 게티이미지뱅크

인간의 고기에 대한 욕구는 제어하기 힘든 것 같다. 채식주의자들도 콩고기라고 하여 고기의 식감이 나는 대체 고기를 찾는데, 채식을 하면서도 고기를 씹는 맛을 잊지 못하기 때문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인간의 그런 원초적인 욕구를 만족시키고, 봉준호 감독이 '옥자'를 통해 보여 주려고 했던 비윤리적인 공장식 농장의 시스템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유전자 변형 동물 연구를 꼭 꺼릴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엄격하게 막을 수 있어야 한다. 다국적 식량 기업인 '몬산토'가 재파종이 안 되는 터미네이터 씨앗을 판매한다는데, 유전자 변형 동물도 감각 능력뿐만 아니라 생식 능력도 없도록 만들어야 할까?

최훈 강원대 교수

(‘철학자의 식탁에 고기가 사라진 이유’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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