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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폭탄’의 역습…적대 정치의 일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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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폭탄’의 역습…적대 정치의 일상화

입력
2017.09.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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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새 정부 출범 이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문자 폭탄으로 홍역을 치르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대선 기간 문재인 후보를 비판한 현재의 야당 의원들에게 주로 문자 폭탄이 집중됐다면 새 정부가 들어선 다음에는 여당 의원들이 주요 현안의 중심에 서면서 반대파의 주요 공격대상이 됐다는 분석이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문자 폭탄을 뿌리는 주체가 소위 원조 ‘문빠(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에서 야권 지지 성향이나 기독교 계열 유권자로 확대됐다. 또 문자 폭탄을 받는 대상도 여야 의원 구분이 없어지는 추세다.

최근 국회 개헌특위 소속 의원들의 경우 보수 기독교 단체 회원들로부터 하루 수천 통의 문자 폭탄에 시달렸다. 개헌 특위에서 헌법상 ‘양성평등’을 ‘성평등’으로 개정하자는 의견이 나왔는데 이 의견이 동성혼 지지라는 주장이었다. 개헌특위 소속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개헌 특위에서 성평등 얘기가 나온 것은 맞지만 동성애나 동성 결혼을 지칭한 논의는 아니었다”면서 “그런데 일방적인 주장을 반복하며 성평등 의견을 비난하는 메시지가 하루에 수 천 통씩 쏟아져 업무가 힘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특정 단체의 조직적인 문자 폭탄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 과정에선 도를 넘어섰다. 군대 동성애 행위를 처벌하도록 한 군형법 92조 6항에 대해 지난해 7월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릴 당시 김이수 헌법재판관이 위헌 취지의 소수 의견을 낸 바 있다. 이 때문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김 후보자를 옹호한 민주당 의원들은 한동안 악의적인 비방과 항의문자의 십자 포화를 감내해야 했다.

문자 폭탄의 간접적인 수혜자에서 피해자로 하루 아침에 바뀐 여당 의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과거 문자폭탄을 ‘문자 참여’ 혹은 ‘문자 소통’으로 치켜세웠던 손혜원 민주당 의원은 최근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거치며 태도가 사뭇 달라졌다. 지난 6월 야당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이 쏟아졌을 당시 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자 폭탄의 어감이 부정적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귀한 의견이 폄하되고 조롱 받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면서 ‘문자 폭탄’에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김명수 후보자에 대한 호평을 남겼다는 이유로 정작 자신이 비난의 대상이 되자 폭탄 문자를 공개, “김이수 후보 안 된다고 500개 넘는 문자를 보낸 분들, 이제는 김명수 후보는 절대 안 된다고 다시 문자를 보내기 시작한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여당에도 문자 폭탄이 일상화되면서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문자 폭탄에 대한 부정적인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문자 폭탄도 정치적 의사 표현이라고는 하는데 들여다보면 사실관계와 상관없는 조직적이고 기계적인 움직임이 대부분”이라며 “사람이다 보니 적대적 문자 폭탄의 대상이 되면 위축될 수밖에 없고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자기 검열도 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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