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이 커도 너무 크다. LG가 내심 5강 진입의 ‘교두보’로 여겼던 kt에 치명적인 3연패를 당해 포스트시즌 막차가 눈앞에서 멀어지고 있다. 그것도 지난 14, 15일 이틀 연속 한 점 차 끝내기 패배에 19일엔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를 내고도 불펜이 무너지며 3경기 연속 쓰라린 역전패로 주저앉아다. SK에 2.5경기 차로 벌어진 LG는 남은 11경기에서 10승을 거둬야 자력으로 5강에 오를 수 있게 됐다.
3연패 전까지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 10승2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던 최하위 kt였다. 더 뼈아픈 건 LG를 벼랑 끝에 민 주인공이 다름 아닌 이진영(37)이다. 이진영은 19일 3-3으로 동점을 만든 8회초 1사 1ㆍ2루에서 7번 김만수 타석 때 대타로 나가 LG 네 번째 투수 정찬헌과 마주했다. 투스트라이크로 몰린 상황에서 침착하게 승부를 이어나가 볼카운트 2-2가 된 순간 갑자기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장대비가 쏟아졌다. 결국 심판진은 경기를 중단했고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 그라운드를 정비하는 데까지 무려 53분 간 지연된 끝에 속개됐다. 근 1시간이나 지나 다시 타석을 이어 간 이진영은 정찬헌의 6구째를 통타해 우측 펜스 최상단에 맞는 2루타로 두 명의 주자를 불러들였다. 장시간 쉬고 나온 투수의 사실상의 초구를 기다린 베테랑다운 노림수였다. 이진영의 한 방으로 불붙은 kt 타선은 8회말 LG 이형종에게 역전 홈런을 맞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9회 LG 불펜을 9득점으로 초토화하며 15-7로 재역전승을 거뒀다.
이진영은 14일 수원 LG전에서도 11-11로 맞선 9회말 1사 1루에서 대타로 나가 하준호의 끝내기 안타를 잇는 우전안타를 때렸고, 15일에는 4-4로 맞선 11회말 1사 후 중월 3루타로 포문을 열어 장성우의 끝내기 안타를 이끌었다.
어린 선수들에게 먼저 기회를 주고 있는 김진욱 kt 감독도 결정적인 순간 ‘믿고 쓰는’ 건 결국 이진영이다. 타석에 선 것만으로도 상대 투수에게 주는 중압감은 보통의 선수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뿐더러 산전수전 겪은 베테랑의 수 싸움과 찬스에 강한 면모는 중요한 순간 발휘된다.
이진영은 2008년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LG로 이적해 두 번의 FA 계약을 한 7년 간 5번이나 3할을 쳤고, 2013년에는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앞장서 LG의 숙원을 푸는 데 앞장섰다. 하지만 양상문 감독의 부임 이후 리빌딩 기조의 희생양이 돼 2015년 말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t로 옮겼다. 이진영이 막아 선 LG의 5강행은 베테랑을 외면한 LG에게 인과응보와도 같은 씁쓸한 현실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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