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테흐스 사무총장 “북핵 해법 정치적이어야”
18일(현지시간) 개막한 제72차 유엔 총회의 최대 의제로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이 떠올랐다. 취임 후 처음 유엔 무대에 데뷔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과 이란을 중대 위협으로 규정해 이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행동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위협적 존재 및 미국과 유엔 회원국의 안보에 가하는 협박에 대해 극도로 강렬한(extremely tough) 표현으로 규탄할 것”이라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미 NBC방송도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의 위협이 트럼프 대통령 연설의 핵심 초점”이라고 전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또 “북한 정권을 방조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연설에 포함됐다”고 전해 중국과 러시아 등의 책임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러시아의 국명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유엔 총회에 불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이란의 핵 합의 위반 문제도 거론하며 북한과 이란의 위협에 대해 국제사회가 협력해 대응할 것을 촉구할 것이라고 백악관 관계자들은 전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일제히 “외교적 노력이 실패하면 군사옵션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 것을 감안하면, 역설적으로 전쟁을 피하려면 세계 각국이 대북 압박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연설을 미국의 리더십과 미국적 가치를 보여줄 기회로 보고 보좌관들과 함께 원고를 손질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과 통화를 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엄격한 이행을 통해 북한에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기로 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그는 이어 라틴 아메리카 정상들과 가진 만찬에서도 시 주석과의 통화를 언급하며 “무역과 북한 문제에 대해 토론했다. 길고 매우 유익한 통화였다”며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9일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핵ㆍ미사일 실험을 명백히 규탄한다”면서도 “북핵 위협에 대한 해법은 정치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회 참석자들은 이날 대북 군사옵션에 의견을 피력하는 등 국제사회 공조를 통한 제재에 힘을 실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유일한 길은 매우 강한 압박”이라며 “그렇다고 군사행동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구테흐스 사무총장과 미 대외관계위원회 관계자 등을 만나 북핵 해법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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