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내부 불만 목소리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 범죄
공수처에 통보시점 판단 애매
수사 효율성에도 문제
법무ㆍ검찰 개혁위원회가 18일 내놓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안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는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를 규정한 법안 20조를 핵심 쟁점으로 봤다. 사건 이첩 규정이 수사를 통한 범죄의 실체 규명에 장애물이 되거나 수사기관 사이의 관할 다툼을 야기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개혁위 법안 20조는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수사에 착수한 경우 지체 없이 그 요지를 공수처장에게 통지해야 함 ▦다른 수사기관은 강제처분을 행하거나 그 밖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수처장의 이첩요구에 응해야 함(다만 검찰, 경찰 등의 수사진행이 영장 등 강제처분 단계에 이른 경우,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공수처에 이첩하는 것이 현저한 수사지연을 초래할 경우 등은 특별한 사정으로 예시될 수 있을 것)이란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우선 이 규정만으로는 검찰이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 범죄를 공수처에 통보해야 하는 시점을 판단하기 애매할 뿐 아니라, 수사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게 검찰 내부 반응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기업 수사를 하다가 어떤 공무원에게 돈을 줬다는 진술이 나올 경우 공수처 법안에 따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체 없이’ 공수처장에게 통지해야 하는데, 달랑 진술만 있는 경우에도 관련 수사에서 바로 손을 떼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기업 수사를 하는 도중에 뇌물공여 진술을 한 사람을 공수처와 검찰을 오락가락 하게 하는 것은 수사 효율성이나 인권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와 검찰의 다른 판단으로 관할 다툼이 생길 경우 분쟁 해결도 문제라는 게 검찰 내부 판단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공수처에 이첩을 못한 ‘특별한 사정’에 대해 검찰과 공수처 간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이를 위한 제3의 기관을 만드는 것도 우습고, 이런 문제가 생길 때마다 법원에 판결을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런 지적의 밑바탕에는 기업비리 등 일반수사에서 고위공직자 등 유력인사로 타깃이 전환되는 특수수사의 성격상 고생스러운 바닥 다지기는 검찰이, 성과를 보는 부분은 공수처가 갖게 된다는 불만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개혁위 권고안대로라면 검찰이 차려놓은 밥상에 공수처가 숟가락만 얹는 격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인섭 법무ㆍ검찰 개혁위원장이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수사를 하다가 기업비리 수사를 검찰에 넘겨주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고위공직자 수사를 하다가 (기업인이) ‘필요적 공범관계(2인 이상의 공동행위가 필요한 범죄)’에 있는 사건”을 예로 든 것은 ‘탁상공론’이란 지적까지 나왔다. 한 검찰 관계자는 “뇌물을 준 사람에 대한 수사를 하기도 전에, 뇌물을 받은 사람으로부터 자백을 받겠다는 것과 똑같은 말로, 이런 경우는 수사에서 실질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드러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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