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최고치 경신
반도체 호황•갤노트8 출시 효과
외국인 1600억원어치 사들여
올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매출 100조 이상 분석도
삼성전자 주가가 하루에 10만4,000원(4.13%)이나 급등하며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다. 일일 상승액으로는 사상 최고다. 돌아온 외국인과 꾸준한 자사주 매입이 주가 상승의 양 날개가 됐다. 반도체 호황에 실적 기대감이 커지면서 추가 상승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다.
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62만4,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월6일 종가 기준 첫 200만원 시대를 열고 7월20일 256만원까지 오른 후 다시 두 달 만의 최고치다.
이날 주가 급등세는 외국인이 돌아온 영향이 컸다. 최근 북한 핵과 미사일 등 지정학적 우려에 매도세를 보인 외국인은 이날 태도를 바꿔 삼성전자 주식을 1,633억원어치나 사들였다.
북핵보다 외국인들이 더 중시한 것은 반도체 호황과 갤럭시노트8 출시에 따라 삼성전자 하반기 실적이 역대 최고를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는 생산은 적은데 수요는 계속 늘고 있어 현재 D램의 경우 마진이 47%에 달할 정도”라며 “실적이 3분기도 좋고 4분기엔 더 좋을 것으로 보여 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올해 삼성전자(최대 80조원)와 SK하이닉스(최대 30조원)의 반도체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최소 100조원을 넘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애플의 아이폰X의 인기에 아이폰발 메모리 수요가 반도체 호황을 연장시킬 것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정보기술(IT) 경기 지표가 개선됐고 북한 리스크도 지난주를 고비로 완화되면서 두 달 정도 눌려 있던 주가가 폭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은 외국인 매수세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부족하다. 주가는 연초 180만5,000원에서 이날까지 45.4%가량 올랐는데, 외국인은 그 동안 삼성전자를 4조5,447억원어치나 순매도했다. 기관도 1조8,199억원 어치 순매도했고 개인만 1조2,430억원 순매수했다. 올해 주가 상승분은 사실 5조1,062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기타’라는 투자주체에 주목해야 이해할 수 있다.
기타에는 기관에 포함되지 않는 비금융기업의 매매가 잡힌다.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기업간 주식거래가 활발하면 기타 순매수액이 증가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주주환원 정책을 위해 2015년 11월부터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시작했고 올해도 9조3,000억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매입ㆍ소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연말까지 추가로 매입이 예정된 물량은 3조3,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따라서 삼성전자 자신이 사들인 자사주가 기타로 잡히고 이 물량이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자사주를 사들이면 유통 주식수가 줄어 주가가 오른다. 김상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은 자사주 매입의 공이 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연말로 갈수록 자사주 매입에 속도를 낼 경우 주가 상승세는 더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미 증권가에선 이베스트투자증권(330만원), SK증권(320만원), 신한금융투자(310만원), 메리츠종금증권(304만원) 등이 삼성전자의 주가를 300만원 이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에 삼성그룹주의 시가 총액도 이날 523조2,160억원까지 치솟았다. 코스피 전체 시총의 3분의1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착시 효과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외국인 순매수세(2,145억원)에 힘입어 지난달 2일 이후 한 달 반 만에 2,400선을 회복, 32.14포인트(1.35%) 오른 2,418.21로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도 3.24% 오른 7만9,700원을 기록해 7거래일 연속 최고가를 이어갔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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