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일만 할 수는 없어…” 발언
기율위 측근 승진도 퇴임을 염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으로 반부패 드라이브를 주도했던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제19차 공산당 대회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주변에 암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의 유임설을 감안할 때 자의에 의한 명예로운 퇴진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홍콩 명보(明報)는 18일 왕 서기와 가까운 훙얼다이(紅二代ㆍ혁명원로의 자녀) 중 한명을 인용해 왕 서기가 당대회 이후의 거취와 관련, “줄곧 일만 할 수만은 없으며 쉴 때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올해 69세인 왕 서기가 중국 공산당 내부의 7상8하(七上八下ㆍ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 묵계에 따라 자연스럽게 물러날 것이란 관측을 낳는다. 내달 18일 개최되는 당대회를 앞두고 그의 정치국 상무위원 연임 여부는 시 주석의 장기집권 가능성과 맞물려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다.
최근 왕 서기의 기율위 내부행사 발언과 일부 간부의 승진ㆍ발탁인사 등을 두고서도 그의 퇴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왕 서기는 지난 12일 전국 기율검사감찰 표창대회에서 “전면적인 종엄치당(從嚴治黨ㆍ엄격한 당 관리)이 양호한 시작을 보였다”면서 “한 세대에는 그 세대의 사명과 맡은 일이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중앙기율위 내부 인사에선 왕 서기의 측근과 반부패 유공자의 특별승진이 잇따랐다. 중국 관가에선 고위관료가 은퇴하기 전 자신의 측근이나 유공자를 요직에 기용하는 게 관례다.
명보는 당내 청렴 준칙과 기율처분 및 문책 조례 제정, 기존 행정감찰법을 국가적 차원의 반부패 법률로 확대한 국가감찰법 제정 추진 등 왕 서기의 반부패 제도화 노력이 공성신퇴(功成身退ㆍ공을 세운 뒤 물러나 명성을 지킨다)로 평가받을 만하다며 “19차 당대회 후 그가 명예롭게 은퇴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왕 서기 후임으로 리잔수(栗戰書·66) 당 중앙판공청 주임이 유력하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리 주임은 시 주석이 허베이성 현 위원회 서기로 재직할 당시 함께 일해 시 주석의 옛 직계 부하를 뜻하는 '시자쥔(習家軍)’으로 분류된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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