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재편 전 지지 재확인 의도
실패 땐 일본 정치 격변 이어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연내 중의원 해산을 단행해 조기 총선을 실시하는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율 회복세가 분명하다고 판단한 데다 새 얼굴로 간판을 바꾼 제1야당이 지리멸렬한 가운데 강력한 도전자로 꼽히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東京都)지사 측 신당이 출현하기 전 국민지지를 재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정치생명을 건 도박을 통해 정국주도권을 회복하겠다는 의도지만 실패 시 일본정치 격변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실제 강행여부가 주목된다.
NHK는 아베 총리가 연립여당인 공명당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에게 오는 28일 소집되는 임시국회 회기 중 중의원 해산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의향을 전달했다고 17일 전했다. 이번 임시국회 회기는 11월 말이나 12월 초까지로 예상되고 있고, 현 중의원 임기는 내년 12월까지다. 일본에서 중의원 4년 임기를 모두 마친 뒤 선거를 치른 경우는 1976년 미키 다케오(三木武夫) 내각이 유일하다.
사학스캔들과 도쿄도의회 선거(7월 2일) 참패 등으로 아베 총리가 정국주도권을 상실하면서 우익의 숙원인 개헌추진 동력까지 사그라들었지만, 북한 핵ㆍ미사일 도발을 기점으로 반전한 여론이 이런 판단을 뒷받침한 것으로 보인다. 지지(時事)통신이 8~11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내각지지율은 5.2%포인트 올라 41.8%를 기록했다. 지지통신 조사에서 지지율 40%대를 회복한 것은 3개월 만이다.
해산의 구체적 시기는 빠른 경우 10월 10일 선거공시 후 22일 총선실시 또는 17일 공시 후 29일 실시방안이 거론된다. 11월 4~6일로 조정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일 이후 해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아베 총리가 지금을 해산 적기로 보는 것은 야권재편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이케 지사 측은 자민당 탈당파인 와카사 마사루(若狹勝) 의원이 주도해 민진당 탈당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야권발 정계개편으로 반(反)아베 진영이 대오를 갖추기 전에 현재와 같이 개헌세력 3분의 2 의석을 재신임받겠다는 것이다. 시기적으로 다른 대안을 찾기 힘든 처지인 셈이다. 그러나 국민의 신뢰를 한 번 잃은 터라 승리를 확신할 수만은 없다는 점에서 아베 총리나 자민당 모두에 모험이 될 수밖에 없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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