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대란은 피했지만
한유총 강경-온건파 내부 갈등
주말 수차례 입장 바꾸며 혼선
사립유치원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18일, 25~29일 예고한 집단 휴업을 철회한다고 17일 공식 밝혔다. ‘국ㆍ공립 유치원 확대를 중단하고, 사립유치원에 지원을 확대하되 감사는 하지 말라’는 집단이기주의적 요구를 내걸어 여론이 싸늘하게 식은 탓이 컸다. 한유총은 주말 동안 휴업철회, 철회 번복, 재번복을 오가며 학부모들의 혼란을 불렀고 극심한 내분양상까지 보였다.
휴업 철회 번복에 재번복, 주말 동안 무슨 일이?
최정혜 한유총 이사장 등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휴업, 휴업 철회, 휴업 철회 번복 등으로 학부모님들과 국민 여러분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하고 앞으로 교육자로서의 본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15일 오후 교육부와 한유총이 긴급 간담회를 통해 사립유치원 유아학비 인상 사안 등을 놓고 합의에 이르면서 사태는 수습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일부 ‘강경파’ 회원들을 중심으로 “교육부가 학비 인상 등을 노력하겠다고만 하고 어느 것도 약속한 게 없어 사립유치원을 농락했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고, 16일 새벽 한유총 투쟁위원회는 긴급 보도자료를 내고 휴업 강행 입장을 밝혔다. 입장 번복 논란이 거세지자 이번에는 온건파가 다수인 것으로 알려진 한유총 지도부가 사무국 명의의 자료를 통해 휴업하지 않겠다고 재번복 하면서 사태 진화에 나섰다. 투쟁위원회와 사무국의 입장이 극명히 갈리면서 심각한 내부으로까지 비화했으나, 투쟁위원장이 사퇴하고 16일 밤을 기점으로 휴업 철회에 동참하는 지회가 늘면서 상황이 정리됐다.
집단 휴업이 결국 철회돼 다행스럽다는 반응이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아이를 볼모로 한 이권 다툼이 도를 넘어섰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회사원 장모(37)씨는 “맡길 곳이 없어 얼마나 발을 굴렀는데 자기들 지원금 타 내는데 아이를 이용했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 너무 화가 난다”며 “이런 곳은 아이들을 받을 수 없게 폐쇄를 하든지 정부가 조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정지원은 늘리고 감사는 하지 말라?
이번 집단 휴업 논란은 한유총이 사립유치원에 대한 국고 지원은 늘리되 회계 감사는 줄이거나 하지 말아야 한다는 모순된 주장을 펴면서 시작부터 꼬이기 시작했다는 게 교육계의 분석이다. 한유총의 요구사항은 누리과정 지원금 인상 및 국ㆍ공립유치원 확대 중단, 수입ㆍ지출 항목 자율화를 위한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 개정 등이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일부 아이들만 국ㆍ공립 유치원에 갈 수 있는 상황에서 사립유치원 쪽 지원 확대를 통해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지만, 재무ㆍ회계 규칙 개정에 힘이 실리면서 ‘집단 이기주의’ 논란을 자초했다.
송원재 전교조 서울지부 대변인은 “지금 당장 국가가 모든 유치원 교육을 책임질 수 없는 만큼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공적자금의 추가 투입을 요구하면서도 ‘사적 재산’이라고 주장하며 감사를 회피하려 한 모습이 가장 큰 불신을 일으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한유총이 집단 휴업에 대한 비판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회원들에게 부정적 댓글을 반대하고 긍정적인 댓글을 달도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조직적인 지침을 내렸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여론에 움찔한 한유총은 정부와의 협상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희석 한유총 수석부이사장은 “교육부와 기획재정부 등을 상대로 사립유치원 예산 확충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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