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몽골의 유일한 골프장인 울란바토르의 마운틴보그드 골프클럽 18번 홀. 애덤 롤스턴의 2m짜리 퍼트가 홀로 빨려 들어갔다.
이로써 롤스턴은 파1만4,000ㆍ1,850㎞짜리 코스에서 최종합계 6,093오버파 2만93타로 ‘홀 아웃’했다. 이는 결코 평범한 18홀짜리 골프 라운드가 아니었다. 80일간 몽골 서부에서부터 동부에서까지 2,011㎞를 걸어 완성한 ‘괴짜’ 라운드였다.
골프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괴팍한 도전은 전직 홍콩 럭비선수 롤스턴과 옛 동료인 론 루틀랜드가 어린이 스포츠 자선재단을 운영하는 ‘라우레우스’와 손잡고 벌인 것이다.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폭력을 스포츠로 극복하자는 취지의 자선재단이었다. 이들은 눈길을 끄는 이벤트를 열어 1만 달러를 목표로 기부금을 모았고 ‘세계 최장 홀(Longest Hall)’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롤스턴이 옛 동료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론 루틀랜드와 함께 이 특이한 도전을 시작한 것은 지난 6월이었다. 과거 루틀랜드가 아프리카 2만6,000㎞를 자전거로 누빈 자선 이벤트를 벌였던 것에서 착안해 롤스턴이 ‘세계 최장 홀’ 골프 아이디어를 냈다. 롤스턴의 취지에 공감한 루틀랜드가 기꺼이 캐디를 맡았다.
이들은 장애물과 사람들이 별로 없는 몽골을 도전 필드로 삼았다. 몽골에 펼쳐진 벌판은 세계 최대의 ‘페어웨이’가 됐다. 자동차로 5시간, 말로 4시간을 달린 끝에 지난 6월 29일 몽골 서부 고원에서 티샷한 후 여분의 골프공과 옷 등이 가득 든 120㎏의 카트를 캐디 루틀랜드가 끌고 대장정을 시작했다.
카트가 진흙에 빠지기도 하고 힘겨운 오르막길과 종아리까지 물에 잠기는 하천, 뜨거운 사막도 통과해야 했다. 잃어버린 공도 수십 개에 달했다. 중간에는 떠돌이 개가 합류해 1,500㎞를 동행해주기도 했다.
당초 82일이 걸리는 1,850㎞ '파 1만4,000'짜리 코스로 예상했으나, 예상치 못한 난코스에 정확히 6,093오버파로 마쳤다.
이들에게는 극한 환경 속에서도 도전에 성공함으로써 스포츠 정신을 보여준다는 취지도 있었다. 롤스턴은 17일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불가능하다’부터 ‘할 일이 그렇게 없느냐’는 것까지 온갖 소리를 다 들었다”며 도전 자체는 물론 부정적 시선과도 싸워야 했던 80일간의 힘겨운 여정을 회고했다.
루틀랜드는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일이었다”며 “우리가 마침내 해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고 말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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