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능력 흠잡을 데 없이 완벽”
괌 사정권 선전포고나 다름 없어
美 전략자산 투입 제동 걸기
화성-14형까지 전력화 시도
한미 작전계획도 변경 불가피
북한이 15일 발사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의 전력화를 하루 만에 서둘러 선언한 것은 미국령 괌 기지를 볼모 삼아 전략자산 투입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다. 미 본토로 미사일 위협을 확대시켜 레드라인을 넘나들면서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노림수도 깔려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김정은이 전날 화성-12형 발사훈련을 참관한 사실을 전하며 “화성-12형의 전투적 성능과 신뢰성이 철저히 검증되고 운영성원들의 실전 능력도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는 김정은의 발언과 함께 "화성-12형의 전력화가 실현되었다"고 강조했다. 화성-12형은 최대 사거리가 5,000km이며 15일 정상각도로 발사한 화성-12형의 경우 3,700㎞를 날아가, 북한에서 3,300㎞ 떨어진 괌을 적정 타격권으로 두고 있다. 즉 화성-12형의 전력화는 괌을 사정권에 두게 됐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북한이 이번에 전력화를 선언한 것은 화성-12형 미사일 운용을 위한 별도의 부대를 창설하고 교범을 마련해 독자적인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화성-12형의 전략적 능력을 확인했다는 자신감에 기인한다. 특히 1970년대 이후 본격화된 북한의 미사일 개발 역사상 처음으로 미 영토를 겨냥할 수 있는 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는 선전포고이기도 하다. 북한이 그간 배치해 운용한 스커드(사거리 700㎞ 이하)와 스커드-ER(사거리 1,000㎞), 노동(사거리 1,300㎞) 미사일은 작전 범위가 한반도와 주일미군기지에 그쳤다. 군 관계자는 “화성-12형 전력화로 북한 탄도미사일 라인업이 한층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 미사일의 타깃인 미 전략자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군은 불안감이 커졌다. 미국의 방위공약인 핵우산과 확장억제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는 탓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17일 “미 전략폭격기는 개전 초기에 북한의 방공망을 제압하는 가장 핵심적 역할을 한다”며 “화성-12형 전력화로 유사시를 대비한 한미 양국의 작전계획 수정이 뒤따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입장에서 이제 남은 건 미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의 전력화다. 앞서 7월 두 차례 시험발사 했지만, 발사각도를 수직에 가까운 고각으로 쏘느라 정상각도의 성능은 아직 검증하지 못했다. 화성-14형은 사거리 1만㎞로 추정돼 미 본토를 겨냥할 수 있다. 김정은이 이번 도발 직후 “핵무력 완성이 종착점에 이르렀다”며 끝장을 보자고 독려한 점까지 감안할 때, 3일 6차 핵실험을 통해 위력을 확인한 핵탄두를 화성-14형 ICBM에 실어 미 본토로 날릴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게 되면 최악의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
북한이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 발사에 나설 수도 있다. SLBM은 ICBM과 마찬가지로 미 영토를 타격하는 전략무기에 속한다. 앞서 5월 발사한 북극성-2형은 사거리 2,000㎞로 추정됐다. 화성-12ㆍ14형이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반면, 북극성 미사일은 고체연료로 날아간다. 정부 소식통은 “발사목적과 사거리에 따라 여러 미사일을 선택할 있다면 북한의 위협은 더 커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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