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서울에 살던 평범한 하급 관리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책이 번역 출간됐다.
서울역사편찬원은 17일 서울사료총서의 14번째 책으로 ‘공사기고’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 책은 19세기 세도정치기 서울에 살던 하급 관리 이윤선의 일기를 번역한 것이다. 이윤선은 헌종부터 고종 초기까지 약 30년 간의 업무와 일상생활을 기록했다.
일기를 쓴 이윤선은 평범한 인물이다.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인물이거나 지식인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관찬 자료나 양반들의 관점에서 놓치고 있는 그 시대 평범한 서울 사람의 삶, 틈새의 역사를 들여다 볼 수 있다고 서울역사편찬원은 전했다.
이윤선은 18~19세기 서울의 특별한 사회계층인 겸인이었다. 겸인은 양인층으로 스스로 세도가를 주공으로 섬긴다는 점에서, 노비 또는 천인 하인과 구별된다. 이윤선은 ‘주공영감(主公令監)’이라고 불리는 세도가의 도움으로 25년 간 호조 서리로 일했다. 대신 그는 이 세도가의 잡다한 일을 도맡았다. 책에는 이윤선과 그의 아버지가 주공영감댁의 지방 추수 상황을 살피거나 자리를 비운 주공영감의 서울 집을 대신 관리했던 내용이 나온다.
주공영감의 정치사회적 위상이 자신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탓에, 당시 정치사회상도 일기에 자세하게 적혀 있다. 공사기고에는 철종 즉위로 삭제된 이원경 모반 사건 관련 내용이 게재돼 있다. 헌종 10년 철종의 이복형이 관련된 이 사건은 철종 즉위 이후 ‘승정원일기’나 ‘조선왕조실록’ 관찬 기록에서 삭제됐었다.
이윤선은 방교와 대창동(남대문로 일대)에 살면서 정월 보름날 다리밟기를 하고, 한강 일대 뱃놀이를 하던 일상도 세세하게 기록했다.
서울역사편찬원은 “공사기고는 공적인 기록과 사적인 내용이 공존한다는 점에서 ‘사회 속의 개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책은 서울시청 신청사 지하 1층 서울책방에서 살 수 있다. 가격은 1만원이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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