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ㆍ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의 탈당을 권유하는 당 혁신안에 친박계가 부글부글 하면서도 내전으로 치닫지는 않는 분위기다.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까지 기다려달라는 요구를 홍준표 대표가 수용하기도 했지만, 박 전 대통령과의 ‘절연’은 불가피한 흐름이라는 판단도 깔려있다.
15일 한국당에 따르면, 대구ㆍ경북 지역의 일부 친박계 의원은 이날 대구에서 당이 개최하는 ‘전술핵 재배치 국민보고대회’를 ‘보이콧’하기로 했다. 앞서 최 의원을 비롯해 친박계 의원 5, 6명이 사전에 만나 논의한 결과, 불참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과 서, 최 의원이 포함된 인적 청산안 때문이다. 이날 장외집회와 가두서명에는 홍 대표와 정우택 원내대표가 참석해 연설에 나선다.
그러나 친박계의 대응 수위는 예상보다 차분하다. 홍 대표에 항명하는 연판장을 돌리거나 대규모 회동을 할 조짐도 아직은 없다. 당사자인 최 의원도 공개 언급을 삼가다 14일 페이스북에 불쾌한 심경을 드러내는 수준에 그쳤다. 최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을 팔아가며 선거운동을 했다”며 “그랬던 홍 후보가 당 대표가 된 지금에 와서는 박 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고 출당시키겠다고 나선다”고 적었다. 자신과 서 의원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 친박계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1심 선고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 당적 정리는 막을 수 없는 수순인데다, 내년 지방선거까지 감안하면 집단 반발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대구 집회에 불참하는 것도 ‘박근혜 지지세’가 강한 지역구 의원들이 민심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친박계 내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출당 자체를 문제 삼는 의원은 많지 않다. 한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뜻을 사전에 묻는 등 절차와, 굳이 1심 선고 전에 당에서 먼저 탈당을 권유하느냐는 시기와 방법이 잘못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 최 의원의 탈당 권유안을 두고도 확전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친박계 재선 의원은 “문제라고는 생각하지만 당장 나서서 지도부를 상대로 싸웠다가는 불필요한 분란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두 의원의 제명안이 실제 의원총회 논의에 부쳐진다면 탄핵안 때처럼 또다시 갈라질 것”이라며 “홍 대표가 당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당 윤리위원회와 최고위원회의에서 탈당 권유 징계안이 의결되더라도 두 의원이 탈당하지 않는다면, 당헌상 당 소속 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제명된다.
당 관계자는 “사실상 친박계 의원이 3분의 2인 상황에서 현직 의원의 제명안이 가결되기란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당사자인 서, 최 의원을 비롯해 친박계가 일단 숨을 죽이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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