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만 南으로 틀면 괌에 도달
포위사격 감행 능력 무력시위
연료량 늘려 사거리 향상시킨 듯
北 예고보다 350km가량 초과
타격 정확도는 아직 의문 남아
북한이 15일 중거리탄도미사일을 3,700㎞ 날려 보낸 것은 미국령 괌기지를 겨냥한 맞춤형 도발이다. 미사일의 안정적인 사거리를 과시하고, 자신들이 공언한 괌 포위사격을 언제든 감행할 수 있다는 무력시위로 볼 수 있다. 다만 정확한 영점 조정에는 못 미쳐 추가도발을 통해 신뢰성을 높이려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이날 도발은 “화성-12형 미사일 4발을 괌도 주변 30~40㎞ 수역에 떨어뜨릴 것”이라는 김낙겸 전략군사령관의 지난달 9일 위협을 떠올리게 만든다. 북한 동해안 원산에서 괌까지는 3,300㎞이며 이번에 미사일을 쏜 평양에서 괌은 3,400여㎞ 떨어져 있다. 따라서 북한에서 괌까지의 거리에 김 사령관이 공개한 30~40㎞를 더하면 이번 미사일의 비행거리 3,700㎞와 대체로 일치한다. 동북쪽으로 쏜 미사일을 방향만 틀어 남쪽으로 발사하면 그대로 괌에 닿는다는 얘기다. 합참은 “북한이 6차 핵실험에 이어 중거리 핵 투발 수단을 과시함으로써 실질적인 괌 포위사격 능력을 시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괌을 겨냥하기 위해 북한은 사거리를 대폭 늘렸다. 지난달 29일 발사한 화성-12형은 이번과 마찬가지로 일본 열도를 넘어 북태평양으로 2,700㎞를 날았는데, 불과 17일만에 비행거리를 1,000㎞나 늘렸다. 지난달 발사 당시 연료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탄두무게를 조절했다는 게 우리 정보당국의 분석이었다. 따라서 이번에는 연료량을 늘려 사거리를 향상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화성-12형은 최대 사거리는 5,000㎞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도 우려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에 이어 이번에도 미사일을 30~45도의 정상각도로 발사했다. 과거 고각발사를 통한 모의시험에서 확실히 벗어나 실전능력을 검증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괌을 목표로 가정해 사거리를 자유자재로 늘리면서 미사일의 성능을 표적에 따라 컨트롤할 수 있다는 능력을 과시했다.
북한이 괌을 집요하게 노리는 이유는 괌이 한반도 유사시 미 본토의 증원전력을 집결시키는 미군의 동아태 전초기지이기 때문이다. B-1B폭격기를 비롯한 미국의 전략자산이 즐비해 북한은 예전부터 괌을 눈엣가시로 여겨왔다. 주일미군기지의 경우 북한은 1990년대부터 실전 배치한 노동미사일 등으로 언제든 타격할 수 있다고 자신한 반면, 괌은 그간 타격범위를 벗어나 있었다. 사거리 3,500㎞의 무수단 미사일의 경우도 지난해 9번 발사에서 고작 1번 성공하는데 그쳐 한때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은 심각한 위협 대상이 아니었다. 군사 당국 관계자는 “이번 발사로 북한의 중거리미사일도 이제 안정적인 궤도에 들어선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 중거리미사일의 정확도에는 아직 의문이 남는다. 괌 포위사격 위협 당시 북한은 “화성-12가 사거리 3,356.7㎞를 1,065초간 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반면, 이번 미사일은 3,700㎞를 날아 350㎞ 가량 초과했다. 정확도 면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는 셈이다. 300㎞ 날아가는 북한 스커드 미사일의 오차가 최대 1㎞인 것을 두고서도 신뢰성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부 소식통은 스커드 사거리의 10배가 되는 미사일의 오차가 350배라는 점을 거론한 뒤 “미사일은 사거리와 폭발력에다 정확성까지 갖췄을 때 위력적”이라며 “북한이 중거리미사일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추가 시험발사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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