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쇼’는 끝났다. 무패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0ㆍ미국)와 UFC 파이터 코너 맥그리거(29ㆍ아일랜드)의 ‘돈 잔치’만 펼쳐지고 싱거웠던 대결과 달리 복싱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진짜 주먹 전쟁이 펼쳐진다.
장소는 세기의 쇼가 열렸던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모바일 아레나다. 17일(한국시간) 미들급 역대 최강 복서로 꼽히는 게나디 골로프킨(35ㆍ카자흐스탄)과 복싱 천재 사울 알바레스(27ㆍ멕시코)가 세계복싱평의회(WBC)ㆍ세계복싱협회(WBA)ㆍ국제복싱연맹(IBF)ㆍ국제복싱기구(IBO) 4개 기구 미들급(72.57㎏) 통합 타이틀전을 벌인다.
미국 ESPN은 “3주 전 큰 사업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던 메이웨더-맥그리거 대결이 아니라 오래 기다렸던 진짜 싸움”이라며 “최근 수년간 T-모바일 아레나에서 가장 기다렸던 경기 중 하나”라고 표현했다. 메이웨더-맥그리거전의 화제성을 능가하기는 어렵지만 이들의 경기 입장권 2만석은 매진됐다. 반면 메이웨더-맥그리거전은 매진에 실패했다. 진짜 복싱 팬들이 TV가 아닌 현장에서 직접 보고 싶어하는 승부는 골로프킨-알바레스전이라는 의미다.
골로프킨은 37전 무패 복서다. 37승 중 33승을 KO로 끝냈다. 한 때 23경기 연속 KO승을 거둘 만큼 ‘돌주먹’을 견뎌낼 상대가 없었다. 실력에 비해 유명세를 늦게 탄 것은 아마추어 때부터 압도적인 실력을 보고 주요 선수들이 대결을 기피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펀치를 허용하더라도 상대를 몰아붙이는 저돌적인 복싱을 한다.
지난 3월 다니엘 제이콥스(30ㆍ미국)를 심판 전원 일치 판정승으로 제압하고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골로프킨이 알바레스를 꺾고 19차 방어에 성공하면 버나드 홉킨스(52ㆍ미국)가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세운 동체급 역대 최다 방어 기록(20차)에 1개 차로 접근한다.
골로프킨은 한국계 복서로도 잘 알려졌다. 외할아버지(세르게이 박)가 고려인으로 카자흐스탄에서 러시아 여성과 결혼해 딸 엘리자베스 박을 낳았고, 엘리자베스는 카자흐스탄 화학연구소에서 러시아인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그리고 골로프킨 등 네 명의 아들을 출산했다.
골로프킨이 상대할 알바레스도 만만치 않다. 알바레스는 51전 49승 1무 1패 34KO를 기록 중이다. 유일한 1패는 2013년 주니어 미들급 세계타이틀전에서 메이웨더에게 판정패 당한 것이다. 특히 카운터 펀치가 무서워 ‘멕시칸 헐크’라고도 불린다. 알바레스는 스피드와 파워, 노련미를 모두 갖춘 인파이터로 골로프킨과 화끈하게 주먹을 주고 받을 것으로 보인다.
둘의 만남이 성사되기까지는 2년이 걸렸다. ESPN은 “골로프킨이 지난 3월 제이콥스를 꺾기는 했지만 이전보다 다소 약해 보였다”며 “그 동안 골로프킨과 대결을 피해왔던 알바레스 측에서는 골로프킨과 싸우기에는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복싱신닷컴에 따르면 영국 복서와 트레이너, 전문가 등 30명을 설문조사 한 결과, 19-11로 알바레스의 우위를 점쳤다. ESPN 조사 결과 또한 전문가 14명 중 9명이 알바레스의 손을 들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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