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SK케미칼ㆍ애경ㆍ이마트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한다. 형사사건 수사는 이미 공소시효가 끝났지만, 표시광고법 위반에 대한 공정위 행정 처분은 아직 가능하다.
공정위는 15일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을 주성분으로 하는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를 재조사한다고 밝혔다. 표시광고법은 소비자를 속이거나 제품을 과장해 광고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다. 공정위는 앞으로 가습기 살균제의 제조ㆍ유통 회사가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을 알면서도 ‘무해한 제품’이라고 홍보했는지 가리게 된다.
애경은 2002~2011년 SK케미칼이 제조한 ‘홈클리닉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했다. 애경은 또 2006~2011년 이 제품을 이마트에도 납품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 11일 환경부가 CMITㆍ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의 인체 위해성을 인정하는 공식 의견과 관련 자료를 보내왔다”며 재조사 배경을 설명했다.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이들 회사가 위험성을 사전 인지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전원회의 등을 통해 제재를 받게 된다.
이 사건에 대한 형사상 공소시효(5년)는 지난해 8월 완성된 만큼 관계자들을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정위 사건의 경우엔 조사시점(지난해)부터 5년 안에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어 과징금이나 시정명령 등 처분을 할 수 있다.
한편 공정위가 지난해 가습기 살균제 조사 당시 충분히 처벌 가능하다는 내부의견이 있었는데도 사건을 덮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도 제시됐다. 이날 환경보건시민센터가 공개한 지난해 공정위 사무처(공정위 내에서 검찰과 같은 소추 기능을 수행)의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사무처는 “주요 성분이 독성물질이라는 정보를 은폐ㆍ누락하고 나아가 인체에 유익한 것처럼 기만적인 표시ㆍ광고를 했다”고 결론 냈다. 그럼에도 공정위의 위원회(1심 판결 기능을 수행)는 CMIT와 MIT의 인체 위험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SK케미칼ㆍ애경ㆍ이마트의 표시광고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심의절차를 종료해 사실상 무혐의 처분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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