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괌 타격 능력 과시 미국 압박
② 핵탄두 탑재 ICBM 완성 실험
③ 日 자극해 한미일 공조 이완
핵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향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폭주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북한이 6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사흘 만에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나서면서 국제사회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김정은 체제에는 제재나 압박, 또는 어떤 유화책도 통하지 않는다는 분석과 함께 새로운 차원의 현실성 있는 접근법 역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합동참모본부 분석에 따르면 북한이 15일 오전 6시 57분쯤 평양시 순안 일대에서 발사한 IRBM ‘화성-12형’은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통과한 뒤 북태평양 해상에 떨어졌다. 최고 770㎞ 고도에 도달한 미사일은 3,700㎞를 비행한 것으로 분석됐다. 방향을 남쪽으로 틀었다면 북한이 지난달 8일 전략군 대변인을 통해 포위 사격하겠다고 위협한 괌을 지나치고도 남는 거리다.
정황상 북한의 이번 도발은 괌 타격 능력을 과시하고 미국을 압박하려는 맞춤형 도발이 분명하다. 지난달 말 같은 방향으로 화성-12형을 2,700㎞를 날려보낸 데 이어 17일 만에 사거리를 1,000㎞ 늘려 역시 괌을 위협한 것이다. 화성-12형의 최대 사거리가 5,000km가량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북한이 화성-12형의 사거리를 최대 한도까지 끌어올려 추가 도발하거나 사거리 1만㎞인 ICBM급 ‘화성-14형’ 발사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안보리 제재 사흘 만의 도발이라는 점에서 제재에 대한 반발이라는 해석도 없진 않지만 북한 행보는 핵탄두 탑재 ICBM 보유를 선언하기 위한 ‘마이 웨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이미 핵ㆍ미사일 개발 시간표에 맞춰 시험 일정을 짜놓고는 도발의 빌미로 안보리 제재를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이번 발사를 대북 제재에 대한 반발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고도를 약간 낮춰 사거리를 줄이는 저각 발사 방식을 ICBM인 화성-14형에 적용해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도리어 국제사회의 제재를 연료 삼아 도발에 가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북한은 안보리 제재 결의 2375호가 채택된 지 하루 만인 13일 외무성 보도 형식으로 “제재 결의 채택 놀음이 (핵무력 완성을 향한) 길을 더 빨리 가야겠다는 의지를 굳게 가다듬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만 1차례 핵실험과 10차례 미사일 발사 시험을 감행했다.
북한이 잇따라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미사일 도발을 벌인 것은 한미일 공조 체제의 이완을 겨냥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일본 내 불안감이 고조될 경우 대화론ㆍ핵무장론이 동시 분출하면서 여론이 분열할 수 있다”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를 지지율 제고에 활용하거나 할 경우 제재든 대화든 한미일 입장 일치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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