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14년을 공부했다. 프랑스 최고 명문대학인 그랑제콜에서 생명공학 석사 과정을 마친 후 프랑스 화장품 기업에 인턴으로 입사하며 흔히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정작 선택한 길은 음악이다. 부모에게 “네가 지금 그럴 때냐”며 음악 작업을 하던 노트북을 압수당해도 스텔라장(본명 장성은·26)은 굴하지 않았다. 언더그라운드에서 랩을 하며 꿈을 키운 그는 2014년 ‘어제 차이고’라는 자작곡을 발매하며 인디 가수로 데뷔했다.
“사람들은 공부한 게 아깝다고 하는데, 제 인생에 대해서 그분들이 다 아는 건 아니잖아요. 매체에선 제 ‘스펙’만 공개될 뿐, 유학 생활을 하면서 적성에 맞지 않는 공부를 하느라 괴로워했던 제 마음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죠. 솔직히 공부에 재능이 없다고는 말 못하겠어요. 하지만 제 전공을 살리기엔 분야가 너무 어려웠고 제가 특출하게 머리가 좋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죠. 전 어렸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만 했어요.”
가수의 꿈은 고등학교 시절 그룹 빅뱅을 좋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내가 모르는 저런 세상이 있구나’하는 충격을 받았고, 이내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날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빅뱅 음악을 통해 힙합에 관심을 가지다 우연히 프로듀서 유희열의 음악을 듣게 됐고 포크 장르에 빠졌다. 스텔라장은 “내가 덕질(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깊이 파고드는 행위)을 심하게 하는 편인데, 공부 잘 하는 비결도 덕질로부터 비롯됐다”며 “유희열의 음악을 덕질하면서 내 음악적 정체성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웃었다.
2014년 싱글 앨범을 발매했지만 이렇다 할 활동을 펼친 건 아니다. 회사 인턴 생활을 하면서 2015년 싱글 앨범 ‘잇츠 레이닝’, ‘뒷모습’ 등을 내놓았다. 가수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건 지난해 10월 ‘소녀시대’를 발매하고 나서다.
피아노, 기타 등 어쿠스틱 악기의 감성을 살린 스텔라장의 음악은 서정적이다. 4월 선보인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에서 그는 직장인들의 월급을 의인화했다. “난 매일 손꼽아 기다려 한 달에 한번 그댈 보는 날/ 가난한 내 마음을 가득히 채워 줘 눈 깜짝하면 사라지지만”이라는 가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는 고백으로도 들린다. ‘빨간날’에서는 “오랜만에 달력을 들여다보니 반가운 얼굴 나를 기다리네”라며 공휴일을 맞이하는 이의 설렘을 노래했다. 작곡할 때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도 “참신함”이다.
그동안 20대 청춘의 발랄한 분위기를 살린 곡을 주로 노래해 왔지만, 요즘엔 “진짜 나다운 음악”을 찾느라 고민이 많다. “항상 독특해지려고 노력했던 것 같은데, 그게 딱히 저다운 건지 모르겠어요. 밝은 음악을 주로 노래해왔지만, 전 사실 냉소적인 성격이죠.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입지를 어느 정도 다지고 나면 좀 더 무게 있는 곡도 선보이고 싶어요. 가수 김윤아처럼 차분한 곡을 불러도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그런 무대를 해보고 싶고요.”
연륜이 쌓이고 지혜가 늘면서 사람이 변해가는 것처럼, 자신의 앨범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채롭게 변하고 성장했으면 하는 게 스텔라장의 바람이다. 그는 “가수 이적이 그룹 패닉에서 솔로로 서는 동안의 앨범들을 쭉 들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의 가치관이 달라져 가는 것을 느꼈다”며 “이적이 그동안 발매한 곡들이 하나의 인생사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앞으로 발매할 앨범도 내 진정한 생각과 가치관이 고스란히 묻어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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