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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깨진 유리창’과 몰카 범죄

입력
2017.09.1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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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생활용품으로 위장한 몰카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여성들을 위협하고 있다. 몰카 피해자의 삶은 고통스럽다. 우울증, 자살충동에 시달리며 신상 털기 등 2차 피해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대다수 남성은 몰카 영상을 국산 야동으로 여겨 죄의식 없이 본다. 몰카 시청은 타인의 인권을 짓밟는 범죄동조 행위임을 명심해야 한다.
다양한 생활용품으로 위장한 몰카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여성들을 위협하고 있다. 몰카 피해자의 삶은 고통스럽다. 우울증, 자살충동에 시달리며 신상 털기 등 2차 피해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대다수 남성은 몰카 영상을 국산 야동으로 여겨 죄의식 없이 본다. 몰카 시청은 타인의 인권을 짓밟는 범죄동조 행위임을 명심해야 한다.

1980년대 미국 뉴욕은 범죄 도시로 악명 높았다. 할렘(Harlem)가는 낮에도 인적이 드물 만큼 무법천지였다. 기업과 중산층은 낙서와 쓰레기 범벅인 도심을 탈출해 교외로 빠져나갔다. 94년 취임한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은 거리의 낙서를 지우고 지하철을 깨끗이 청소했다. CCTV를 설치해 노상 방뇨를 단속하고 낙서, 쓰레기 투척 등 무질서 사범을 색출했다. 검사 출신이 강력범과 싸울 생각은 않고 기초질서에나 신경 쓴다는 비웃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경범죄 집중 단속 5년 뒤 살인 강도 폭력 등 강력범죄가 75%나 줄었다.

▦ 69년 미국에서 진행된 실험. 후미진 골목에 보닛이 열린 자동차와 보닛이 열리고 유리창이 조금 깨진 자동차를 세워 뒀다. 1주일 뒤 살펴보니 보닛만 열린 차는 멀쩡했다. 반면 유리창이 조금 깨진 차는 주요 부품이 사라지고 낙서와 파손으로 폐차 수준이었다. 건물이나 자동차의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지나던 사람들이 죄의식 없이 마구 훼손해 결국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폐가(廢家)가 청소년 탈선장소로 이용되는 게 대표적이다. 미국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만든 ‘깨진 유리창 이론’이다.

▦ 이낙연 국무총리가 14일 국정현안점검회의에서 “몰카 범죄가 깨진 유리창처럼 더 창궐하기 전에 그걸 제지해야 될 시기가 됐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현직 판사가 가담할 정도로 만연한 몰카 범죄를 방치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몰카 범죄는 최근 10년간 10배 이상 늘었다. 촬영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 영리 목적 유포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하지만 처벌이 느슨해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으로 끝난다.

▦ 몰카 영상은 한 번 퍼지면 삭제가 불가능하다. 대행업체에 수백만 원을 주고 삭제해도 어느새 다시 떠돈다. 다운받은 누군가가 또 올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떠도는 몰카 영상과 사진이 10만건을 넘는다. 피해자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는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우울증, 자살충동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범죄 심각성에 비해 지나치게 관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몰카와 야동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몰카 시청은 타인의 인권을 짓밟고 정신적으로 살해하는 범죄동조 행위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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