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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엄마는 딸의 자위를 통제했을까” 강의실 꽉 채운 ‘내 몸 즐기는 법’

입력
2017.09.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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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방송된 EBS '까칠남녀'의 '나 혼자 한다'편의 한 장면. 유튜브 캡쳐
지난 5월 방송된 EBS '까칠남녀'의 '나 혼자 한다'편의 한 장면. 유튜브 캡쳐

최근 여성의 몸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부터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며 임신중단권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시위가 이어진데 이어 최근 발암물질 검출 논란이 일고 있는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한 후 피해를 봤다는 소비자 4,611명이 제조회사인 깨끗한 나라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참여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여성의 자위행위 등 성적 욕구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어지간해서는 대화 주제로 꺼내기 힘든 여성의 자위에 대한 논의는 지난 5월 EBS의 젠더 토크쇼 ‘까칠남녀’의 ‘나 혼자 한다’편에서 다루는 등 점차 공론의 장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신촌 연세대에서 총여학생회 주최로 여성 자위를 주제로 한 강의가 성황리에 열렸다. 60명 정원의 강의실은 많은 여성과 소수의 남성들로 가득 찼다. 강연자는 성소수자와 페미니즘 관련 상품을 제작하는 스튜디오 달큰쌉쌀의 기획자 밀크티였다. 그는 올해 2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을 통해 여성 자위 입문서 안내서 ‘너, 이렇게 즐겨보려무나’, 성소수자 커플들의 동거를 위한 ‘동거, 낭만은 여기서 죽지 않겠다’, 커밍아웃 안내서 ‘벽장을 나서려는 당-신’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1,500만원 이상을 모금하기도 했다.

연세대 총여학생회가 주최한 '세상을 다시보는 페미니즘' 포럼의 자위 강연 홍보물. 연대 총여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
연세대 총여학생회가 주최한 '세상을 다시보는 페미니즘' 포럼의 자위 강연 홍보물. 연대 총여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

아들의 자위는 혼전임신 방지용, 딸의 자위는 성적 타락의 지름길?

밀크티는 딸의 성적 욕망을 통제하려던 엄마와 갈등을 빚으면서 자위에 대해 적극 이야기하게 됐다. 그는 아들의 자위와 딸의 자위를 다른 시각으로 보는 엄마의 태도를 모순이라고 봤다.

밀크티는 중학생 시절 엄마가 ‘우리 세대는 보수적으로 살았지만 딸들에게는 성적 호기심을 가질 자유를 주자’는 나름 진보적 결정을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아빠와 성관계나 출산 후 성관계, 사진이나 영상 등 성적표현물이 다루는 성관계와 실제 성관계가 어떻게 다른지를 엄마에게서 들었고, 성적표현물을 보는 것에 대한 제재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위에 대한 엄마의 입장은 달랐다. 밀크티는 “엄마는 성적표현물을 보는 건 가능하지만 몸에 손을 대 해소하는 것은 안된다는 태도였다”며 “남동생의 자위는 성욕해소를 통한 혼전 임신 방지용이지만 딸의 자위는 성적 타락의 지름길로 보며 여성의 자위는 차단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밀크티는 이를 “가부장제가 여성의 신체를 통제하는 방식”이라고 짚었다. 그는 “엄마는 항상 ‘여자가 결혼 전에 성관계를 하면 안된다’, ‘여자가 자위를 하면 문란해져서 한 남자에게 만족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했다”며 “엄마는 딸의 성적자기결정권이 결혼 전까지 부모에게 있고 결혼 후에는 남편에게 있다고 말했는데, 결국 나의 신체에 대한 권리가 없는 것이었다”고 술회했다.

“포르노 속 여성자위는 심각한 왜곡”

밀크티가 여성 자위에 대한 입문서를 쓰게 된 계기는 “성적표현물이 보여주는 자위법이 한정되고 왜곡됐지만 제대로 된 안내서는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특히 포르노 영상의 왜곡된 여성자위 표현을 예로 들며 “자위를 할 때 위생을 위해 손톱을 항상 짧게 깎아야 하는데 영상에 긴 손톱을 가진 여성이 등장해 아프게 보이는 방법으로만 자위를 한다”며 “성적표현물에 나오는 여성 자위는 이성애자 남성의 시각으로 등장한다”고 꼬집었다.

이날 밀크티의 강연은 강연 내용만큼이나 참석자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특히 질의응답 시간에 ‘샤워기 자위가 몸에 나쁜가요’, ‘자위를 많이 하면 성기가 변형되나요’, ‘좋은 성기구를 추천해 주세요’ 등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강연을 주최한 연대 총여학생회의 수빈(21) 기획단장은 “최근 여성의 몸과 건강권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와중에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며 “터부시되고 대화하기 어려운 주제인 여성의 자위를 대중강연으로 풀어 보기위해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번 강연은 연대 총여학생회가 2015년부터 진행한 ‘세상을 다시보는 페미니즘’ 포럼의 일환으로 열렸다. 총여학생회측은 20일까지 속옷과 몰래카메라, 월경에 대해 각계 전문가와 함께하는 강연을 가질 계획이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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