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중국서 철수
적자 누적 수개월째 문 닫아
백화점ㆍ시네마는 철수 없다지만
선양ㆍ청두 복합쇼핑타운도 휘청
10조 투입했던 사업 전면 위기
결국 롯데가 대륙의 꿈을 접고 말았다.
느닷없이 닥친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에도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지만 전망 또한 불투명해 결국 중국 롯데마트 사업에서 철수를 결심한 것이다. 14일 롯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롯데마트 매각 작업에 들어갔으며 매각 범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중국 매장 전체를 파는 방안도 포함됐다. 롯데는 롯데마트 외 다른 사업의 철수는 없다고 밝혔지만 10년 넘게 10조원 가량 투자한 중국 사업의 전면철수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롯데는 지금까지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철수를 부인해왔다. 수개월째 사실상 문을 닫은 상태인 롯데마트의 경우 중국 내 점포가 많아 철수를 결정하기 힘들었지만, 거꾸로 그만큼 피해가 커 결국 철수 수순을 밟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 관계자는 “사드 사태에 따른 위기는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전체 매장 매각을 포함한 처분 방안을 매각 주관사와 협의 중이며 매각 범위 등은 파트너사의 의중과 조건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백화점과 시네마 등 다른 사업은 중국 철수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현재 중국 내 점포 112개 중 87곳이 영업 중단된 상태이고 나머지 점포도 매출이 80% 이상 급감해 사실상 휴점 상태다. 이에 따라 롯데마트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매출은 없지만 임금 등 고정비용은 계속 나가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3월 3,600억원을 긴급 수혈했으며 최근 또 한차례 3,400억원을 추가 수혈하기도 했다. 연말까지 롯데마트의 피해액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롯데 관계자는 “내년이 되면 더 많은 돈을 투입해야 하는데 중국의 사드 보복 강도가 여전히 강해 개선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적자를 감수하며 버티던 중국 롯데마트가 올해 처음 흑자가 기대됐었기에 아쉬움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롯데가 진행하고 있는 선양(瀋陽)과 청두(成都)의 6조~7조원대 초대형 복합 쇼핑 타운 프로젝트도 위기에 빠진 상황이다. 롯데그룹은 지금까지 중국에 약 10조원 가량을 투자했고, 현재 24개 계열사가 현지에 진출해 있다. 백화점 5개를 포함해 마트, 슈퍼 등 120개의 유통 점포를 운영해왔고, 롯데시네마도 현재 12개점(92개 상영관)을 운영 중이다.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케미칼 롯데알미늄 등도 모두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현재 마트뿐 아니라 백화점도 중국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설 중인 롯데월드 선양은 70%가량 공사가 진행된 상태에서 지난해 12월부터 공사가 중단됐고, 청두에도 2019년 완공 목표로 롯데월드 청두를 준비해왔지만 완공이 불투명하다.
롯데마트 매각 과정에서도 중국 정부가 보복 조치를 할 경우 제값을 받지 못하거나 거래 자체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고민되는 문제지만 다른 해외투자자들도 롯데 문제를 주목하고 있어 대외 신용도를 생각한다면 중국정부가 무리하게 나올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국에 들어온 외국 기업의 영업을 금지한 후, 자산도 매각하지 못하게 한다면 세계 어느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 입장에선 안보를 위해 성주 골프장을 사드 기지로 내준 것뿐인데 이로 인한 직간접적인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다”며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막아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성원 선임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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