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5ㆍ토트넘)은 역시 ‘양봉업자’였다.
국가대표에서 침묵하던 손흥민이 2017~18시즌 골 사냥을 시작했다. 그는 1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리그 1차전 도르트문트(독일)와 홈경기에서 전반 4분 만에 상대 진영 왼쪽 측면을 돌파한 뒤 벼락같은 왼발 슈팅으로 골 망을 갈랐다. 토트넘은 3-1로 승리했다.
이로써 손흥민은 새 시즌 개막 한 달 만에 ‘1호골’을 기록했다. 그는 4라운드까지 진행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아직 골을 신고하지 못했다.
손흥민의 역대 도르트문트전 7번째 골이다. 그는 2015년 여름 프리미어리그로 오기 전까지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함부르크~레버쿠젠)에서 5시즌을 뛰며 도르트문트를 6차례 상대해 5골을 터뜨렸다. 멀티 골(1경기 2골)도 두 번 기록했고, 손흥민이 선발로 뛴 5경기에서 팀은 4승1무로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잉글랜드로 무대를 옮긴 뒤에도 도르트문트전 골 행진은 이어졌다. 지난해 3월 UEFA 유로파리그 16강에서 토트넘은 도르트문트에 1,2차전에서 모두 져 탈락했으나 손흥민은 2차전(1-2 패)에서 만회골을 터뜨리며 분전했다. 도르트문트는 노랑과 검정이 어우러진 유니폼 때문에 ‘꿀벌군단’이라 불리는데 팬들은 ‘도르트문트 킬러’인 손흥민에게 ‘양봉업자’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손흥민은 챔피언스리그 통산 5호골로 기존 박지성(36ㆍ은퇴)이 보유한 한국 선수 챔피언스리그 최다 득점 기록(4골)도 넘어섰다.
손흥민은 국가대표에서 침묵하다가 소속 팀에 가서 펄펄 나는 패턴을 또 반복했다.
그는 A매치에서는 작년 10월 이후 1년 가까이 득점이 없다. 지난 6일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도 후반 막판 결정적인 기회를 놓쳐 고개를 숙였다.
한준희(47) KBS 축구해설위원은 “도르트문트의 전방 압박 전술이 손흥민에게 편한 환경을 제공했다. 중앙에서는 해리 케인(24)이 수비수들의 시선을 끌었고 크리스티안 에릭센(25)이라는 패스가 좋은 동료도 있었다. 뒷공간이 넓어진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손흥민의 강점이 극대화될 수 있었던 경기였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표팀에선 한국이 공을 갖고 있는 상황이 많기 때문에 넓은 뒷공간을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손흥민이 대표팀에서 더 나은 활약을 보이려면 볼이 없을 때도 좀 더 빠른 템포로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국 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이날 손흥민의 활약에 7.3점의 평점을 매겼다. 결승골과 쐐기골 등 두 골을 넣은 해리 케인(9.6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평점이다.
경기 후 케인과 함께 주관방송사 인터뷰에 나선 손흥민은 “우리는 모든 포지션에서 상황을 대비해 슈팅 훈련을 한다. 일련의 과정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이어 “훈련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전했다. “오늘 승리로 웸블리 징크스가 깨졌다고 생각하나”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 앞으로도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토트넘은 기존 홈 구장인 화이트 하트 레인이 증축 공사에 들어가면서 인근 웸블리 스타디움을 쓰고 있는데 유독 이 곳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