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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틀리다’와 ‘다르다’

입력
2017.09.1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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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교육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틀리다’와 ‘다르다’를 구분해서 써야 한다는 말을 한번쯤은 들었을 것이다. 친절한 선생님은 영어와 비교하여 설명하기도 한다. “‘틀리다’는 ‘wrong’이고 ‘다르다’는 ‘different’니까 ‘틀리다’와 ‘다르다’는 전혀 다른 낱말인 거야.”라고. 그런데 이런 설명까지 들었으면서도 “너는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내 생각은 좀 틀려”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걸 막을 수 없을 때가 있다.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온 말 때문에 사고방식이 문제라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자기와 다른 생각을 어떻게 잘못된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어.”라고. 그런데도 ‘다르다’가 올 자리에 ‘틀리다’를 쓰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줄기차게 잘못 쓰는 데는 대부분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문세영의 ‘조선어사전’(1938)을 보면 ‘틀리다’는 ‘틀어지다’와 같은 말로 풀이되었다. 이를 보면 당시 ‘틀리다’의 뜻이 지금보다 더 넓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조선어사전’에서는 ‘다르다’를 “ⓛ같지 않다 ②틀리다”로 풀이하였다. ‘다르다’의 의미항목에 ‘틀리다’를 포함한 것이다. ‘틀리다’와 ‘틀어지다’, ‘다르다’와 ‘틀리다’의 관계가 끊어진 것은 ‘큰 사전’(1957)부터다. ‘큰 사전’에서는 ‘틀리다’를 “ⓛ바른 점에 들어서지 아니하다 ②한 물건이 이 끝과 저 끝이 서로 반대 쪽으로 돌림을 당하다”로, ’다르다‘를 “ⓛ같지 아니하다 ②한 사물이 아니다”로 풀이했다.

‘틀리다’를 ‘다르다’의 뜻으로도 쓴다는 건 아직까지 ‘틀리다’에서 ‘다르다’를 그리고 ‘다르다’에서 ‘틀리다’를 연상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연상까지 규범의 이름으로 막을 필요가 있을까?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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