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70대 노인 살인 용의자 검거
2005년 강릉 70대 노파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12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발전한 지문감식 기술이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1㎝의 ‘쪽지문(일부분만 남은 조각지문)’을 정밀하게 분석해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었다.
강원경찰청 미제사건수사전담팀은 70대 노파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A(49ㆍ당시 37세)씨를 검거해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2005년 5월 13일 강릉시 구정면 덕현리에서 혼자 사는 B(당시 70세ㆍ여)씨를 살해하고, 금반지 등 8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쳐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당시 B씨 이웃 주민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섰다. B씨는 발견 당시 입에 포장용 테이프가 붙여져 있었고, 손과 발은 전화선 등으로 묶여 있었다. 현관문과 안방 문이 열려 있고, 장롱 서랍이 모두 열려 있는 등 집 안은 아수라장이었다.
부검 결과 사인은 기도 폐쇄와 갈비뼈 골절 등 복합적이라는 소견이 나왔다. 범인이 포장용 테이프로 얼굴을 감아 숨을 못 쉬게 하고, B씨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17점의 지문을 채취해 감식을 의뢰했다. 하지만 대부분 B씨와 가족의 것으로 확인됐다. B씨의 얼굴을 감은 포장용 테이프에 흐릿하게 남은 1㎝ 길이의 쪽지문이 나왔지만 테이프에 새겨진 글씨와 겹치고, 융선(지문을 이루는 곡선)이 흐릿해 용의자를 특정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미궁에 빠진 B씨 살인사건 수사는 지난 7월 ‘쪽지문과 A씨의 지문이 일치한다’는 경찰청의 감정 결과가 나오면서 급물살을 탔다. 그 동안 발전을 거듭한 지문 감식 기술 덕에 쪽지문을 더욱 선명하게 파악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즉시 수사에 나선 경찰은 A씨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고, 과거 유사한 수법의 강도 전과가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 A씨 주변인 등에 대한 탐문 수사에서 A씨가 B씨 피살 사건 당시 “대낮에 자신이 운영하는 동해의 소주방에 있었다”고 진술한 알리바이가 거짓이었다는 것도 확인했다.
쪽지문 이외에도 동일 수법 범행 전력, 주변인 수사, 범행 동기 등 A씨의 혐의가 뚜렷하다고 판단한 경찰은 검거에 앞서 3차례에 걸쳐 A씨를 상대로 거짓말 탐지기를 시행했고, 모두 ‘거짓’ 반응이 나옴에 따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A씨는 “범행 장소에 간 적도 없고, 피해자를 알지도 못한다”며 범행을 계속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아직 해결되지 않은 미제 살인사건에 대한 면밀한 수사를 벌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릉=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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