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임기는 4년이지만, 유권자로서 내 임기는 평생이다. VIP에게 ‘내 걱정 말고 본인 걱정이나 하라’고 전하라고 했다.”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MBC본부의 10일차 파업 집회. 이 자리에 방송인 김제동이 얼굴을 내밀었다.
김제동은 이명박 정권 시절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 노제 사전행사를 진행하고, 2010년 1주기 때 사회를 봤다는 이유에서다. 국정원 개혁위원회에 따르면 국정원의 지시에 따라 그 해 7월 MBC는 김제동이 진행하는 예능 프로그램 ‘환상의 짝꿍-사랑의 교실’을 폐지했다.
김제동은 이 자리에서 그간 압박 받았던 이야기를 풀어놨다. 물론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재담을 섞었다. 2010년 1주기 행사를 앞뒀을 때 김제동은 실제 국정원 직원을 만났다. 그 직원은 “노제 때 사회를 봤으니 1주기 때는 안가도 되지 않겠나, 방송 계속 해야 하지 않느냐”며 압박했다. 김제동은 “내가 가지 않으면 국정원이 협박한 것이 되지만, 내가 가면 협의한 것이 된다. 당신을 위해서라도 1주기 행사에 가겠다”고 버텼다. 그러자 이 직원은 자신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는 사람”이라 하더니 “VIP(이명박 전 대통령)가 김제동씨 걱정을 많이 한다”는 은근한 협박을 건넸다. 프로그램 폐지는 그 다음 일이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국정원 블랙리스트의 실제 사례를 14일 공개키로 했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은 “국정원이 연출한 MBC장악 시도가 누구의 손에 의해 실행됐는지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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