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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ㆍ11 아동’ 치아서 유해물질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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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ㆍ11 아동’ 치아서 유해물질 나왔다

입력
2017.09.1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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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현장 주변서 자란 청소년

주석, 납, 신경독소 등 검출

뇌, 척수 등 신경계에 치명적

건물 잔해 등 오염물질에 노출

등록된 암환자도 5441명 달해

2001년 9월 11일 테러 공격을 당한 미국 뉴욕 맨해튼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연기와 화염에 휩싸여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1년 9월 11일 테러 공격을 당한 미국 뉴욕 맨해튼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연기와 화염에 휩싸여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1년 9ㆍ11 테러 현장 주변지역에서 자란 미국 청소년들의 유치(乳齒ㆍbaby teeth)에서 주석과 납, 신경독소 등 유해물질이 검출됐다고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직은 표본이 많지 않은 예비조사 결과여서 과학적인 인과관계가 충분히 입증됐다고 하긴 이르지만, 9ㆍ11 테러가 인체 건강을 해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의 대기오염을 유발했다는 그 동안의 의심을 상당 부분 뒷받침하는 단서로 볼 수 있어 주목된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9ㆍ11 테러 당시 대기로 방출된 오염물질이 인근 지역에서 성장한 어린이들의 장기(long-term) 건강에 미친 영향’을 수개월 간 연구해 온 뉴욕 소재 마운트 시나이 병원 과학자들은 최근 유의미한 중간 분석결과를 얻어냈다. 지금은 청소년이 된 조사대상 4명으로부터 확보한 유치 가운데 절반가량에서 주석과 납, 신경독소의 흔적을 찾아냈는데, 이는 뉴욕 맨해튼의 쌍둥이 빌딩이 테러 공격으로 무너진 현장인 ‘그라운드제로’에서도 발견됐던 물질이다. 연구에 참여한 매니쉬 아로라 박사는 ‘매우 특이한 화학적 패턴’이 발견됐다고 한 뒤, “50, 60대 성인 치아에선 주석 등이 종종 보이지만, 어린이의 치아에서 본 적은 한 번도 없다”며 “게다가 납 성분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흔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9ㆍ11 아동’의 치아는 거의 전례를 찾을 수 없는 형태였다는 것이다.

특히 신경독소의 경우, 뇌와 척수 등 전체 신경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주는 파괴적인 화합물로 불안증부터 비만에 이르기까지 많은 병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구팀을 이끄는 로베르토 루치니 박사는 “신경독소는 호르몬과 행동, 뇌를 조절하기 때문에 (치명적인) 전신반응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확실한 과학적 결론을 내리려면 9ㆍ11 당시 어린이였던 이들의 유치들을 더 많이 확보해 연구를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로 벌써 16년이나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많은 미국인들은 9ㆍ11 테러로 인해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미국질병통제센터(CDC)의 ‘세계무역센터 건강 프로그램’에 등록된 9ㆍ11 테러에 따른 암 발병환자는 모두 5,441명(지난해 6월 기준)에 달한다. CDC는 건물 잔해에서 쏟아져 나온 발암물질과 오염물질의 흡입을 발병 원인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9ㆍ11의 독성 화학물질에 노출된 어린이들은 심장질환 위험이 있다”는 뉴욕대의 연구결과도 나왔다. 2001년 9월 당시 11개월이었던 루씨 라고딕(16)은 “나는 9ㆍ11을 기억 못하지만 9ㆍ11은 항상 나의 일부였다”며 “(이번 치아 독소 발견은) 과학과 역사가 ‘과거와 미래’ 양쪽에 영향을 주면서 충돌하는 경우”라고 했다. 9ㆍ11 테러에 따른 ‘건강상의 위험’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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