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차량 무단 점령 다반사
대구시는 “단속 근거 없다” 외면
전기차는 충전소 찾아 헤매기 일쑤
전기차 운전자 이규문(59)씨는 13일 오전 10시 대구 수성구 수성대학교 앞 전기차 충전소에 갔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그가 찾은 곳에는 충전기 4기가 있다. 하지만 소형 SUV와 중형승용차 2대, 대형승용차 1대가 차례로 주차돼 있었다. 이씨는 “일주일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며 “결국 4㎞ 정도 떨어진 수성구 어린이회관으로 가 겨우 충전했다”고 말했다.
‘전기자동차 선도도시’를 부르짖는 대구시가 전기차량 충전소를 만들어 놓고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운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대구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는 총 165기. 급속 64기, 완속 101기다. 아파트 주차장이나 공용주차장, 공공기관 주차장 등에 설치돼 있다. 충전에 30분~6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주차장에 설치하고 있다. 이중 환경부와 민간 등에 설치한 것을 제외하고 대구시가 만든 것은 41개소(충전기 100기)다.
이중 운전자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곳은 수성구 신매역 주변 아파트 앞, 수성대학교 앞, 두산오거리 옆, 달서구 용산동 대구지법 서부지원 앞 등 노상 무료주차장 4곳으로 충전기는 16기다. 지난 3월 4,000만원을 들여 설치했다.
13일 오후 1시 용산동 서부지원 앞 노상 전기차 충전소에는 경차 한대와 승용차 2대, 전기차 한 대가 주차돼 있었다. 충전할 수 있는 주차장 4개면을 일반 승용차 3대가 점령한 것이다. 나머지 전기차량 한 대도 충전을 하지 않고 있었다. 주차해선 안 될 차량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무료주차장에 충전기가 있다는 점이다. 차 댈 곳이 마땅찮은 일반 차량 운전자들이 충전용 차량 주차면을 차지하기 일쑤여서다. 대구시가 차량 통행이 잦은 곳에 충전시설을 하다 보니 일반 차량의 주차가 극성을 부리는 것이다. 법령의 허점도 한몫하고 있다. 충전차량 주차면에 일반차량을 대더라도 과태료 부과 등 처벌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지난달 7일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기차 충전구역 주차차량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대구시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전기차 도시로 만들겠다면서 충전소를 늘리고 있긴 하지만 관리에는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시민 장모(37)씨는 “관련 법령이 없다고 단속하지 않는다면 뭐하러 충전기를 설치했느냐”며 “예산을 들여 만들었으면 제대로 운영되는지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미래형자동차과 함석희 주무관은 “전기차 충전소에 일반 차량이 이만큼 주차를 할지 예상하지 못했다”며 “충전 구역 바닥에 파랑색을 칠하고 현수막도 붙였지만 큰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법령이 개정되면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등록된 전기차는 1,360대(8월 말 기준)로 제주(7,244대), 서울(2,327대)에 이어 17개 시·도 가운데 세 번째로 많다. 시는 올해 1,500대를 보급하기로 했지만 두 달 만에 소진되자 추가로 591대를 보급하기로 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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