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가 핵무기 감축협정을 연장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고 러시아 매체들이 보도했다. 이 협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나쁜 협정’이라며 폐기나 개정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미국의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주목된다.
13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매체인 RT에 따르면 토머스 섀넌 미 국무차관과 세르게이 라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날 핀란드 헬싱키에서 회동한 뒤 신 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ㆍ뉴스타트) 이행 및 협정 연장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라브코프 차관은 협정 연장과 관련해 높은 수준의 협의를 시작했다고 언급하며 “가까운 미래에 또 다른 협상 자리가 생겨 협정 이행을 위한 기술적 측면에 관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타트는 2010년 4월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이 서명해 2011년 발효된 협정으로 내년 2월까지 양국이 각각 실전 배치 핵탄두를 1,550개 이하로, 실전 배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ㆍ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ㆍ폭격기 발사대를 700대 이하로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에 반대하는 러시아가 뉴스타트 협정 연장 카드를 꺼내 들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전날 미하일 울리야노프 러시아 외무부 비확산ㆍ군비통제 국장이 스푸트니크와의 인터뷰에서 “이 협정은 2021년 만료되지만 5년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측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점은 러시아 측이 이 문제에 보다 관심이 있음을 시사한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