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자 역을 맡은 ‘배우’ 김주원입니다.”
‘발레리나’가 아닌 ‘배우’로 자신을 소개하는 김주원 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의 표정은 설렘이었다. 무용과 뮤지컬을 결합한 ‘컨택트’에서 춤을 추고, 뮤지컬 ‘팬텀’에 발레리나로 출연한 적이 있지만 언어적 표현이 생명인 연극 무대는 처음이다.
김주원은 12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라빠르트망’ 제작발표회에서 “발레리나도 춤과 몸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연기자”라며 “언어로는 관객과 어떻게 소통이 될까 궁금하고 좋은 공부가 될 것 같아 연극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무대는 춤이 주를 이뤘는데, 이 공연에서는 드라마와 대사를 받쳐주는 도구로서 춤이라 더욱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주원을 연극 무대로 불러 온 건 연출가 고선웅이다. 고선웅은 프랑스 영화 ‘라빠르망’(1996)을 각색해 ‘라빠르트망’을 만들었다. ‘라빠르망’은 뱅상 카셀, 모니카 벨루치가 ‘막스’와 ‘리자’로 출연해 인기를 모았던 영화다. 입심 좋은 작품으로 유명한 고선웅이 유명 해외영화를, 새로운 느낌의 배우들과 어떻게 만들어낼 지 연극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라빠르망’와 ‘라빠르트망’은 똑같이 ‘L’appartement’이지만, 예전 영화 시절 한글 표기가 틀렸기 때문에 이번에 바로잡았다.
고선웅은 “영화에서 보여지는 리자의 매력을 춤으로 나타내면 더욱 무대적일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김주원이라면 영화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리자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인공인 막스는 배우 오지호가 맡는다. 데뷔 20년차 배우지만, 오지호 역시 연극 무대는 처음이다.
영화처럼 자유로운 편집을 할 수 없는 무대라 어려움은 없을까. 고선웅은 “영화가 시간을 자유롭게 오간다면, 연극은 한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잘 살려보겠다”고 말했다. 더 다양한 움직임과 춤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연극 ‘라빠르트망’은 10월 19일부터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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