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곤이 언론의 역할에 대한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지난 12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아르곤'(극본 전영신 주원규 신하은/연출 이윤정) 4회에서 HBC를 떠나는 최근화(이경영 분)가 김백진(김주혁 분)에게 전하는 당부가 그려졌다.
최근화는 갑작스럽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승진 기회를 마다하고 앵커로 남기를 자처했던 최근화가 HBC를 떠나 정치권에 입성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누구보다 최근화를 믿고 의지했던 김백진은 "기자는 약자의 대변인이라고 그렇게 떠들더니 결국은 여의도로 간다"며 실망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최근화는 대장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던 것. 평생 몸담았던 HBC를 아쉽게 떠나면서 최근화는 김백진에게 '뉴스나인' 메인 앵커를 맡아달라고 당부했다. 아르곤을 떠날 수 없어 고민하던 김백진은 "해보겠다. 9시 뉴스"라고 결심을 전했다.
누구보다 아르곤을 아끼고 자랑스러워하는 김백진이 '뉴스나인' 메인앵커에 도전한 데에는 최근화의 진심 어린 조언이 있었다. 최근화는 "마음은 편하지만 방송은 걱정 된다. 겁이 난다"고 솔직한 진심을 밝혔다. 이어 "뉴스가 사실을 잃고 권력자의 대변인이 되면 안 된다"며 HBC의 현실을 짚었다. 또 "'뉴스나인'의 앵커가 된다는 것은 HBC의 대표 목소리가 되는 거다. 지금처럼 편향된 색깔에서 벗어나 진짜 보도를 할 수 있다. 지금이 보도국을 바로 세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라며 "내가 하지 못한 걸 네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한 사람의 언론인으로서 HBC의 미래를 걱정하는 최근화의 고뇌 어린 진심에 김백진도 결단을 내렸다.
최근화는 김백진이 아르곤 팀원들을 지키고 싶다며 조언을 구했을 때 "길게 살아남아 보도하는 것도 기자"라며 미드타운 관계자와의 식사 자리를 마련할 정도로 현실적인 감각을 가진 기자다. 현실과 타협하는 것처럼 보였던 최근화가 죽음을 앞두고 털어놓은 고민과 날카로운 메시지는 뉴스의 가치, 진짜 뉴스와 기자는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철저한 원칙주의자 팩트제일주의 김백진이 '뉴스나인' 앵커 자리에 앉고, HBC 보도국을 바로세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권수빈 기자 ppb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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