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40번 버스 CCTV 공개 어머니가 반대”
“아이가 정류장을 잘못 내렸다. 버스를 세워달라”는 여성의 호소를 무시하고 버스를 출발시켰다는 기사를 향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아이 어머니 반대로 버스 CCTV를 공개하지 못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12일 “원래 CCTV를 (대중에) 공개하려고 했었다”며 “(하지만) 여성(어머니)이 반대해서 공개하지 못 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고 말했다.
논란은 11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홈페이지에 한 누리꾼이 올린 글에서 비롯됐다. 누리꾼은 이날 중랑구, 건대, 신사역 등을 지나가는 240번 버스에서 벌어진 일이라면서 “’아이가 정류장을 잘못 내렸다’며 버스 문을 열어 달라는 한 어머니의 호소를 기사가 그냥 무시하고 갔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이 게시물은 다음 날인 12일 온라인에 퍼지며 논란을 낳았다.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는 이날 내내 ‘240번 버스’라는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라가 내려오지 않았다. 문제의 글이 처음 올라온 서울시버스운송조합 홈페이지는 접속자 폭주로 먹통이 됐다. “해당 기사를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도 팽배해졌다.
하지만 사건 당시 CCTV를 살펴 본 서울시 관계자는 “(CCTV로 봐선) 어느 누구의 잘못이라 단정짓기 힘들어 보인다. (정류장에서) 아이가 막 뛰어가 버려서 (어머니가) 순간 놓친 것 같다”며 “(버스를 출발시킨) 기사만의 잘못이라 보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버스는 출발 당시) 이미 차선을 변경한 상태였다. CCTV로 보면 그다지 큰 사건이 아니었다”면서 “버스기사 입 모양을 봐도 욕을 한 것 같진 않다. 현재 인터넷에 알려진 내용과는 다소 다른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자신을 문제가 된 기사의 딸이라 소개한 누리꾼은 1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고 억울함을 나타냈다. 이 누리꾼은 “저희 아버지는 근 25년 동안 승객과의 마찰, 사고 등 민원은 한 번도 받지 않은 사람”이라며 “아버지는 (당시) 승객의 말을 무시하지도 않았고, 욕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누리꾼은 “(오히려) 승객이 아버지에게 욕을 했다. 승객은 (온라인에 떠도는 것처럼) 울부짖지도 않았다”면서 “물론 중간에 내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승객 입장에선 세상이 무너지는 감정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아버지 입장에선 더 큰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그렇게 조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차선을 변경한 상태에서 (무작정) 승객을 내려줬다가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 벌금(10만 원) 문제도 있다”면서 “버스기사의 당시 대응은 적법했던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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