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입력 30% 높인 V8 카본 파이버
해외시장 제쳐두고 12일 국내에 출시
시장 사수 위해 뒤쳐진 흡입력 만회
LG 코드제로 A9, 삼성 파워건과 승부
모터가 손잡이 부분에 달린 상중심 무선청소기의 선두주자 영국 다이슨(Dyson)이 흡입력을 키운 V8 시리즈 신제품 ‘V8 카본 파이버’를 국내에서 먼저 판매한다. LG전자 ‘코드제로 A9’의 인기몰이에다 삼성전자 ‘파워건’까지 출시가 임박하자 부랴부랴 시장 사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다이슨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출시 행사를 열어 V8 카본 파이버를 국내 언론에 처음 선보였다.
V8 카본 파이버는 지난해 국내에 출시해 인기를 얻은 V8 앱솔루트 플러스보다 흡입력을 키운 모델이다. 맥스 모드 기준 흡입력은 기존 115에어와트(AW)에서 155AW로 30% 이상 향상됐다.
다만 디지털 모터 V8, 포스트 모터 필터, 2중 레이디얼 싸이클론 시스템, 배터리 등 핵심 성능은 전작과 동일하다. 무게(2.55㎏)와 최대 사용시간도 40분으로 똑같고, 맥스 모드 작동시간은 최대 6분에서 5분으로 1분 줄어들었다. 가격은 99만8,000원에서 109만8,000원으로 10만원 비싸졌다. 다이슨 청소기사업부 케빈 그란트 수석 엔지니어는 “기계적인 변경은 아니고 튜닝과 시스템 밸런싱 등으로 흡입력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다이슨이 아직 해외시장에도 내놓지 않은 제품을 한국에서만 먼저 파는 것은 이례적인데, 시기도 미묘하다. 특히 다이슨이 청소기의 핵심인 흡입력 향상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최근 국내 시장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LG전자가 올해 6월 말 출시한 상중심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A9의 흡입력은 140와트(W)로, V8 앱솔루트 플러스를 앞질렀다. 삼성전자가 14일 출시하는 파워건은 이보다 더 높은 150W다. 업계에서는 AW와 W는 표기 방법의 차이일 뿐 사실상 같은 단위로 인식한다. 2011년 국내 진출 이후 핸드스틱 무선청소기 시장에서 독주해 온 다이슨이지만 올해는 글로벌 기술력과 마케팅 능력을 갖춘 국내 가전업체들의 매서운 추격에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미 LG 코드제로 A9은 출시 8주 만에 4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무선청소기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다이슨은 국내 청소기 판매량이나 시장 점유율 등을 한번도 공개한 적이 없지만 업계 추정 시장 점유율은 80% 수준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코드제로 A9은 공급량이 부족해 주말과 휴일 없이 공장을 가동 중”이라며 “현재 분위기라면 핸드스틱 무선청소기 시장 점유율을 30% 이상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V8 카본 파이버 출시 행사에서는 삼성과 LG전자의 경쟁 제품과 국내에서 신제품을 먼저 출시하는 이유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다이슨 측은 “기술 발전에 대한 이해도와 기대치가 높은 한국 소비자들이 우리 기술을 잘 이해할 것이라 생각해 먼저 출시했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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